어니스트 헤밍웨이도 때로 한 문장을 쓰는 데 몇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고 했다. 운동선수처럼 누구나 슬럼프의 시기는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한국인이 한 때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명곡 목록의 맨 꼭대기를 차지했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하기 전 4년여간 거의 아무런 작품도 작곡하지 못하고 있었다.
암담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느 점성술사에게서 당신의 다음 곡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거짓말처럼 신들린 듯 써 내려간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인생을 바꾼 대표작이 되었다.
화가들은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소나무만 그리는 화가도 있고 인물화를 그리는 화가도 있다. 꽃을 주로 그렸던 조지아 오키프, 진솔한 모습의 자화상을 즐겨 그렸던 렘브란트, 자신의 만신창이가 되었던 몸을 자주 그렸던 프리다 갈로...
꾸준히 어떤 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표현하는 마음은 어떤 영감보다 더 높은 생산력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마르셀 뒤샹은 행동하는 일보다 생각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가만히 멈춘듯한 순간에 삶과 창조성, 무수한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신이 뚝딱 점지해주는 예술은 없다. 창작의 방식은 달라도 열린 마음으로 몰입하고 사색할 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악상도 뒤샹의 체스판 구상도 떠오를 것이다. 유연한 마음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때 당신의 펜과 붓은 어느 날 문득 멋진 악상기호와 그림으로 보답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