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캐릭터 중에 가장 강렬한 여인은 아마도 카르멘이 아닐까요.
차이코프스키의 선견지명이 빛난 적이 있습니다. 1876년 파라의 극장 오페라 코미크에서 이 작품을 감상한 차이코프스키는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카르멘은 걸작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모든 음악의 시대를 아우르는 노력을 보여주는 드문 작품입니다. 비제는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이자 깊이가 느껴지는 거장입니다. 이 작품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라고 적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오페라의 자존심 <카르멘>은 정열과 낭만 만이 아닌 금단의 사랑이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의 코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팜므파탈형의 집시 여인이 약혼자가 있는 남성을 유혹하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결혼 생활이 몹시도 괴롭고 힘들었던 30대의 유부남 비제는 메조소프라노 셀레스틴 갈리 마리에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셀레스틴은 이혼한 여성 가수였습니다. 작곡가와 무대에 설 가수로 만난 둘은 금세 뜨거워졌습니다. 비제는 셀레스틴을 염두에 두고 카르멘을 작곡합니다. 매혹적인 음성과 외모로 역할을 소화했지만 <카르멘>은 불행히도 초연이 처참히 실패했습니다. 이어 비제도 짧은 삶을 마감했습니다. 셀레스틴은 작품만 남기고 떠난 사랑, 비제의 죽음을 이겨내고 무대에 다시 섰습니다. 한 때 비제의 죽음이 준 충격을 이기지 못해 무대에서 실신하기도 했던 <카르멘>의 디바는 상심을 추스르고 무대에 다시 서서 파리지앵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됩니다.
오페라 <카르멘>의 여주인공 카르멘은 근대 오페라에 있어서 팜므파탈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정열적이며 자유분방함으로 남성을 유혹합니다. 이 오페라의 매력은 이전의 고전적인 오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카르멘의 강렬한 개성과 현실에 기반한 삶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합니다. 집시 여인 한 사람이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것입니다. 월트 디즈니가 생쥐 캐릭터 '미키마우스'로 대박을 낸 뒤 "쥐 한 마리가 모든 걸 바꾸었습니다'라고 즐겁게 회고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살아서 엄청난 명예와 부를 누린 디즈니에 비해 비제는 생존시에는 집시 여인이 준 영광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오페라의 스토리를 잘 표현한 선율운 왜 조르쥬 비제가 천재인지 말해줍니다. 비제도 천재 요절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37세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전 세계 오페라 무대는 물론 광고 음악으로도 쉼 없이 어디선가 나오고 있는 그 매혹의 선율이 가져다준 명성과 영광은 생존 당시의 비제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비제의 인생은 비록 짧았지만 그가 남긴 <카르멘>은 그 삶의 데자뷔 같은 오페라의 스토리와 함께 오래 살아남아 예술은 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Carmen - Habanera (Bizet; Anna Caterina Antonacci, The Royal Opera)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