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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 속으로

by 호림

공부의 즐거움을 입시공부나 학위논문 쓸 때는 잘 몰랐다. 그저 강을 건너면 도달할 또 다른 세상을 위해 감당해야 할 의무와 노역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학위과정을 마치고 내가 하고 싶은 책을 읽고 연구를 할 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


운동도 공부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이삿짐을 나르면서 냉장고를 들고 무거운 가구를 번쩍 들어 올리는 일을 헬스장의 피트니스라고 스스로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 공사장에서 무거운 콘크리트를 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일이 힘든 노역이라는 의식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근육이 생기고 몸이 단단해지는 것은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들고 달리는 것과 유사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가지고 한다면 놀이가 되지만 고통스러운 노역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면 노동이 된다


언젠가부터 공부는 즐거움이 되었다. 글쓰기 또한 안 쓰면 못 베기는 삶의 한 루틴이 되었다. 물론 글은 일정한 수준의 질을 유지하지 못하고 들쑥날쑥한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읽고 쓰는 행위는 삶의 활력을 위한 지적 영양분을 공급하고 배설하는 행위와도 유사한 것이었다. 어떤 경우는 사색이나 읽기가 무르익어 글을 쓰려 애써 쥐어짜지 않아도 글이 손에서 주르르 흘러나올 때가 있다.


스스로 돌아보면 영상콘텐츠는 영화나 어느 정도 세간에 미학적으로 검증된 작품 이외에는 멀리하는 편이다. 활자중독에 가까운 체질이라는 것은 자칫 지적인 면을 과시하려는 오만이 보여 자제하고 싶지만 그런 성향이 있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짧고 흥미로운 영상들이 즐비한데 애써 눈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이든 영상이든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깊은 사고와 긴 호흡의 지성을 가다듬는 데는 글이 더 필요한 것으로 여러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일찍 도입한 국가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명대학에서도 때로 귀를 의심할 정도로 문해력 측면에서 부족한 학생들을 보게 된다. 많은 독서와 토론은 공부의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런 기본기를 다듬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위험한 일일 수 있다.


태도는 재능을 이길 때가 많다. 하기 싫어하는 읽기와 쓰기 공부를 억지로 시킨다고 되지 않는다. 대학의 공부도 원하는 전공이나 공부가 아니면 일찌감치 다른 방향을 찾던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수업을 듣고 끌려가듯 하면 학점도 나쁘고 학생 스스로도 공부하는 재미도 느끼지 못한다.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당장 쉬운 길로 가려고 요령을 피우는 건 긴 인생의 여정에서 손실임을 알 필요가 있다. 또 기성세대는 그래도 아직은 다수인 지적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에게 갈 길을 제대로 찾아준다면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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