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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이유

by 호림

인생은 짧기에 영원을 다룬다는 예술가도 언젠가는 죽는다. 올해도 많은 예술가가 우리 곁을 떠났다.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와 동양인으로 세계 5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거장 오자와 세이지도 자연의 법칙을 따랐다. 아흔 무렵까지 활동했던 두 노장의 말은 아직도 남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다.


"석양의 아름다움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듯 음악은 인류 모두의 것"이라는 오자와 세이지의 말은 아름다움으로 인류가 화합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있을 법하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포연은 생사를 넘나드는 비극 앞에 예술의 자리를 묻게 만든다.


"나는 '예술에 내 인생을 바쳤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예술이 내 삶을 줬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던 프랭크 스텔라의 말에는 예술과 함께 했던 거장의 깊은 통찰이 느껴진다.


스포츠 중계방송하듯 전해지는 지구 저편의 아비규환이 매일 뉴스로 전해진다.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에 빵 한 조각 만들지 못하는 예술이 무슨 소용일까. 회의에 빠져들 때도 많다. 언뜻 사치스럽고 한가한 놀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하고 많은 지점들이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는 지극한 아름다움을 찾는 마음이 아닐까.


이념의 시비를 떠나 고작 스무 살 무렵의 북한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눈밭에서 죽어가는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그 아픔은 아마도 월남전을 아프게 바라본 올리버 스톤 감독의 마음과도 닿아 있을 것이다.


새삼 영화 <플래톤>에서 주검 속에 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선율이 기억난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월남전 참전 경험을 영화에 녹여내 명작을 만들었는데, 사뮤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비극과 맞물려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배경음악의 하나로 영화팬들에게 회자된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들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에 오열하는 저 북한 청년 가족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베트콩이나 미국과 한국의 참전 용사 부모의 마음도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려는 사람의 눈과 귀를 잠시 막을 수는 있어도 예술은 영원할 것이다. 오자와 세이지나 프랭크 스텔라 이후에도 예술과 예술가는 남아있듯이.




Platoon Soundtrack - Adagio for St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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