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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눈과 가슴으로

by 호림

하루하루가 쌓여가면서 새로운 안목이 트여가는 사람은 늘 학습하고 미래를 응시한다.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되 지난날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는다. 한 씬이 끝나면 또 다른 장면을 준비하는 배우처럼 매일 설렘을 안고 일터로 나간다.


예술가처럼 인생을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며 승자의 마인드를 가진 이는 설사 자신의 일터에 패잔병들이 우글거리며 자신을 조롱하는 무리들이 있더라도 절대 굴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라도 반짝이는 눈을 하고 따라오면 그 사람과 함께 저 찬란한 영광의 성으로 진군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일에서 창조하는 역량을 가진 예술가가 되려는 몸짓을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 평론가도 의미 있는 직업이다. 그렇다고 남의 일이나 다른 예술가의 성취를 품평만 하다 세상을 마치는 삶의 태도를 일관하며 늘 관찰자의 위치에 있으려고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삶을 예술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한순간의 성취에 대해 찬사가 달콤하게 귀를 간지럽혀도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을 고려하건대, 말하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에게나 하등 쓸모없는 거짓 찬사보다는 아무것도 못 알아먹겠다는 순박한 관객의 솔직한 욕설이 훨씬 내 마음에 듭니다. 모든 종류의 악이 그렇듯이 스노비즘(속물주의 정도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음)도 자기 자신과는 상반되는 또 다른 악을 낳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허세주의죠. 결국 속물은 허세를 떠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전위적인 허세가라고 할까요.


작곡가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하버드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무리 속에 몸을 숨기고 집단적 광기에 편승하는 것은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처절한 자문을 계속하다 무게 있는 한마디를 던지는 힘은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진정한 현자의 일만은 아닌 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스트라빈스키처럼.



Stravinsky: The Firebird / Gergiev · Vienna Philarmonic · Salzburg Festival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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