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움직인 가장 큰 에너지는 욕망(desire)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은 때로 개인과 국가 간에 갈등과 분쟁을 낳았고, 전쟁과 비극을 잉태하기도 했지만 끝없이 이상적인 체제를 향해 진보해온 긍정적인 면도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축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있다.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은 무수한 예술 작품과 고전을 탄생시켰다.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추구 양상은 시대에 따라 변해 문학에서는 낭만주의 사실주의 같은 사조가 있고, 건축에도 바로크 로코코 양식이 있다. 음악과 미술에도 낭만주의 인상주의 같이 가치 추구 방향에 따라 브랜드를 나눈다.
이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이 예술가가 될 자질을 지닌 것이 아닐까. 그것을 극명하게 구현한 이가 단테라는 정치가이자 작가다. 단테라고 약칭해 볼리우는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1265-1321)는 정치에 발을 담그고 치열한 삶을 살다가 패장이 돼 화형 선고를 받기고 했지만 극적으로 살아나 고향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20년의 망명생활을 이어갔다. 56세로 생을 마감하기 전 1년 전부터 집필한 <신곡>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9세 때 만난 베이트리체의 아름다움을 평생 잊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굿굿하게 이어가다 인간사회의 궁극의 질서와 사후 세계까지 정교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낸 작가가 단테다. 그의 삶은 인간 세계 나아가 사후 세계 까지를 생각하며 궁극의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이었다.
<신곡>의 가치는 대작가들도 인정하는 바다. T. S 엘리엇은 단테와 셰익스피어가 세계를 양분하며 제3의 인물은 없다고 칭송했다.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라는 말도 단테의 지옥편에서 훔쳐온 표현이다. 무신론자인 프랑스 작가 사무엘 베케트 역시 단테의 열렬한 팬으로 <신곡>을 성경처럼 애독했다고 한다.
머리맡에 두고 반복해서 읽은 만한 책이지만 "읽어야 하지만 잘 읽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자하는 작가들에게 '넘사벽'인 단테의 존재는 늘 궁극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욕망하는 방향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첫눈을 바라보며 마냥 즐겁고 낭만적 감성에 들뜨지 않게 책상머리의 <신곡>이 나를 쏘아보고 있다.
교향 베네딕토 15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단테가 말한 바와 같이 신곡을 집필한 그의 의도는 이렇습니다. 첫째,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을 그 비참한 상태로부터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둘째, 그들을 행복의 경지로 끌고 나가는 것"이라고.
단테가 구분해 놓았던 천국과 지옥, 연옥이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 운명이라면 어디로 향할지를 정하는 것은 오늘 내가 가는 길에 답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