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지인이 해외여행 중에 일어난 일을 전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여 걸으며 중간중간 만난 이들이 코리안 여행객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젊은 아가씨들이 배가 나온 한국의 아저씨에게 말을 붙이는 건 자신의 매력 때문은 아니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K팝 같은 K컬처의 후광임을 금세 직감했기에.
많은 한국 여행객들은 외국인들이 K팝 스타나 우리 문화에 대해 상상 외로 관심이 많아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데 문화의 힘에 대해 새삼 실감했다고 한다. 국가의 소프트 파워 개념을 제창한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교수가 떠오른다. 조지프 나이는 한 국가에게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국력의 큰 지표임이 분명하지만 이런 '하드 파워' 못지않게 문화적인 매력, 즉 '소프트 파워'의 힘이 중요함을 꿰뚫어 보았다.
개인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눈에 보이는 스펙이나 외모, 재산 같은 면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매너나 이미지 또한 무시 못할 요소다. 구사하는 언어나 교양, 유머감각, 예술적 안목 같은 요소들은 소프트 파워로 볼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국가나 개인에게 하나의 매력 자본으로 작용하여 국제사회나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GDP는 물론 병력의 수나 국방 예산 같은 하드 파워 만으로 선진국이나 초강대국이 되는 건 아니다.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할리우드나 수많은 스타들이 그 매력을 더하기 때문일 것이다. K컬처의 주역들이 코리아의 매력을 놀라울 정도로 끌어올릴 때 정치권의 생산성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가 영면했다는 소식에 떠오른 단상이다.
이 여행객은 무수한 아름다운 풍경보다 한국어 공부를 하며 한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가씨가 보여준 한국어 학습 노트가 더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고 했다.
(7) Beethoven- Symphony no 7- Allegretto II- Leonard Bernstein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