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과 성악설의 근거는 여러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해 높은 경지의 인성을 보여준 이들의 미담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악행으로 세상을 어지럽힌 사례 또한 연일 뉴스로 접하고 있다.
인간은 본원적으로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맹자와 순자의 사상은 서양의 사상가들에 대입해 보면 토머스 홉스와 존 로크에서 언뜻 발견할 수 있다. 홉스는 역저 <리바이어턴>에서 인간의 자연 상태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 상태로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로크는 자연 상태에서도 인간은 무정부적인 투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율 조정의 기제가 작동해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쪽이다.
가끔 공원이나 공공시설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보고 인간의 성선설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혼자서 생수병을 들고 산행을 하다 비어있는 플라스틱병이 거추장스럽다고 모두가 숲 속으로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의 70%에 달하는 바다에 선원들이 어구나 쓰레기들을 마구 투척한다면 그 폐해가 바다생물을 넘어 인간에게 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오타니 선수는 학창 시절부터 대선수를 꿈꾸며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길거리에 아무렇게 버려진 쓰레기도 줍고 남들보다 선한 행동을 통해 자신에게 좋은 기운이 오도록 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또는 은연중에 나쁜 습관으로 자신이 거처하는 지구에 자그마한 생채기를 내는 일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공동체는 공공선에 대한 의식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옳은 길에 대한 의지가 강한 시민들, 자신의 희생으로 더 큰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 소신을 가진 리더에 의해 지켜질 것이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것은 공공의 심부름꾼이나 노예로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은 대한민국 최고위 ‘공복’을 선택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