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의 전쟁

by 호림

인생은 시간을 다루는 예술이다. 일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시간이란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인생이란 작품을 만들 때 일류 예술가가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가짜 일을 한다. 시간을 적당히 보내고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기업의 오너가 아니면 절박함이 덜할 수밖에 없다. 보여주기 위한 일은 언젠가 조직을 곪아터지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품을 관람한다고 하면서 그 작품의 김흥보다는 나도 봤다는 경험을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진을 찍어 언젠가 다시 미술품을 보려고 하지만 그 사진은 어쩌면 휴대폰 한 구석에서 영원히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편하게 만드는 기술은 대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이다. 교통수단을 보면 잘 이해가 갈 것이다. 또 우리가 하는 문서작업도 편리한 도구들로 짧은 시간에 만족할만한 출력물의 산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AI는 우리의 지적 노동의 시간을 줄여주어 생산성 향상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런데 일자리의 역설이 발생한다. 대체 가능성이 클수록 근로자의 생존은 위협당한다.


어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는 AI가 자신이 머리를 쥐어뜯어 산출한 것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는 카피들을 줄줄이 내놓자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 오퍼레이터가 된 듯하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인다.


극한의 창의성의 영역이라고 자랑하던 많은 일들도 속도와 효율, 비용 논리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지 모른다. 톨스토이나 공들여 읽은 벽돌책을 요약해서 그 요점을 알려준다고 모네의 '수련'에 이런저런 유창한 분석을 해준다고 감동이 구름처럼 몰려올까.


예술품 감상을 위한 줄 서기, 벽돌 고전을 읽기 위한 불면의 밤들 그 자체에도 분명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경험과 바꾼 시간들은 인생의 분량을 잽싸게 채울 수도 있겠지만 힘든 경험을 빼면 인생은 사라질지 모른다.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을 생각해 보라. 집에 머물면서 여기를 생각하는 것이 나았을까?"라는 시구로 우직한 인내로 보낸 세월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급하다고 말 대신 마치를 앞세울 수는 없다. 마차를 여러 대 연결한다고 기차가 되는 건 아니다. 깊은 사색과 고민 없이 쉬운 길을 찾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노력 없는 편리함은 도덕성과 결부될 때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의 엄마는 아이의 자라는 모습에 고단한 육아의 시간을 고통이라고 회상하기보다 잔잔한 미소로 돌아볼 것이다.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는 어쩌면 여행지에서의 추억보다 더 소중한 감정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여행지는 공항 라운지이거나 열차 플랫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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