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낼 수 없는 일

by 호림

작가 비비언 고닉은 <끝나지 않은 일>에서 작가로서 읽기의 문제를 다룬다. 많은 책들을 언급하며 텍스트를 통해 작가의 정신이 자란 흔적을 돌아본다. 우리의 정신은 오랜 세월 읽으면서 느리지만 단단히 그 깊이를 더하고 넓이를 확장한다.


번역가 김선형은 작가 고닉의 정신세계 변화를 아름다운 진화로 진단한다. 그는 이 진화는 인간으로서 우리 삶을, 그 시간과 축적된 경험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긍정한다고 본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고갈되지 않는 훌륭한 문학의 풍요함은, 우리 삶의 풍요함으로 다시 긍정된다. 새로운 앎을 끝없이 발견해 내는 지혜의 거름이 된다면, 고통과 무지와 갈망으로 흘러간 삶의 시간도 어느 한순간 무의미로 떨어질 수 없다. 그러니 끝없는 읽기의 실천은 '최선의 자아'에 다가가는 인생의 과업이라야만 한다. 읽고 쓰고 사유하고 느끼면서 내면을 갈고닦아 '최선의 자아'에 다가갈 때 오로지 그때만 타자와 우정으로, 또 환상 없는 사랑으로 연결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고닉을 다시 읽는 삶을 통해 알게 되었다.

- <끝나지 않는 일>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글항아리, 2024, p.243-244


이런 번역자의 고백처럼 내 정신 또한 읽으면서 자극받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그나마 얇은 지성의 두께를 더했다. 고독 속에서 사색하며 세상의 웅성거림에 휩쓸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친 시간들이 없다면 지성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쇼팽의 곡이나 클래식으로 남은 것들은 듣고 또 들어도 우리 삶의 풍요로움으로 긍정된다.




So Deep is the Night (arrangement for Voice, Piano and Strings of Chopin's "Etude in E Maj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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