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어딘가에 봉사하고 써먹는 것이어야만 할까? 지식은 지금 당장 어떤 용도로 활용되지 않아도 내면의 큰 기쁨을 줄 때가 있다. 예술 감상도 마찬가지다. 그런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생계를 위해 허겁지겁 달리다 보니 밥벌이 이외의 일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지적인 탐색이나 예술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알기에는 너무 각박하게 살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이들의 다양한 상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생계 수단을 찾는 시간 이외에 잉여시간이 허락되어도 단순한 의식주의 안락 이상의 것을 추구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교양이 없거나 내면이 공허한 사람일 수 있다. 전설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체험하는 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노력과 의지를 순수한 생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 세상을 알고자 그 속으로 뛰어드는 것, 수수께끼를 풀어보고자 도전하는 것 등과 같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실제적인 일이어야만 한다. 현실적인 이득이 없는 순수한 사고, 순수한 노력, 순수한 지식 등과 같은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 <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이레, 2007, p.130
메스너는 생과 사의 갈림길을 수 없이 넘나들면서 히말라야 8천 미터급 고봉 14좌를 완등한 산악인이다. 죽음과 바꿀 수도 있는 그 위험한 산행이 주는 매력을 묻는 수많은 이들에게 답하기도 성가실 수 있었기에 그는 에둘러 이런 말은 남긴 것이 아닐까. 험지를 탐험하는 이들에 비하면 지적인 탐험이나 예술에 자신의 정신을 맡기는 일은 너무나 안전한 일이다. 스스로 침잠하는 지적 탐험의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이 정글과도 같은 세상에서 야수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Liebestraum" (Love Dream) by Franz Liszt for Violin, Piano and Violon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