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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Jul 27. 2021

간발의 차이

영화음악에도 클래식이 된 음악들이 많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 OST  <대부>의 테마음악,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


 그런 곡 중의 하나가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소녀와 탱고를 출 때 흘러나오는 바이올린곡 “Por una cabeza”다. 번역하자면 “간발의 차이” 정도가 된다. 정확히는 스페인어로 경마에서 머리 하나 차이로 패배한 경주마를 가리키며 “사랑의 밀당”에서 미세한 차이로 희비가 갈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가르델이 작곡한 곡으로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 <여인의 향기> OST로 잘 알려져 있다.

퇴역군인이 인생의 허무를 느끼며 권총을 몸에 지닌 채 죽음을 준비하다가 삶의 기쁨을 찾는 과정을 그린 영화가 <여인의 향기>다. 이 영화의 전체 색조와 이 곡은 절묘하게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삶과 죽음이 사실은 그리 멀리 않은 “간발의 차이”라는 메시지가 읽히기 때문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비틀쥬스>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비틀쥬스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삶의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메시지가 읽힌다.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간발의 차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장면이 많다. 정말 육상이나 수영 선수들이 머리 하나 차이로 희비가 갈리는 경우를 본다. 때로는 이 간발의 차이가 생의 운명을 가른다.


어르신들의 “믿거나 말거나”형의 말씀 중에 6.25 전쟁 통에 적의 총탄이 내 철모를 맞춰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쟁터에서는 총알이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생사를 가른다. 1,2점 차이로 대학이나 고시, 기업 입사의 당락이 갈리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이미 우리는 간발의 차로 살아남은 존재다. 아빠의 정자가 엄마의 난자를 만날 확률은 몇백만 분의 1이다. 엄청난 행운이 아니면 세상의 빛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 삶의 순간순간을 희망으로 채워도 인생은 짧다.

우린 간발의 차이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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