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사귀는 여자가 너무 사진 찍기를 즐겨서 정작 오붓이 뭔가를 같이 즐기기가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할 때나 여행지에서 절경을 만날 때면 사진이 목적인 양 너무 많이 사진 찍기에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자신과의 데이트보다 SNS에 자랑하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은 아닌지 싶어서 불만이라 한 소리 하고는 말다툼을 했다고 했다.
요즘 여성들의 취향을 존중해 빨리 ‘탈총각’해야지 왜 그랬냐며 랜디 코미사의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을 휴가철에 읽으라며 소개해주었다.
코미사의 자전적인 이 책은 벤처기업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제법 성공한 주인공의 경험담이다. 주인공이 동남아에서 모터사이클 여행을 하던 중 스님을 태워 150여 km를 달려 걸어가는 스님의 목적지에 태워다 주었지만 정작 감사 인사를 받지 못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데려다 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너무도 의아하게 생각한 뒤 스님의 말을 존중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1m 높이서 놓친 계란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은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하는 선승의 화두 같은 말과 함께.
결국 이 벤처기업가도 스님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고 앙코르와트 찍고 다음은 하롱베이로 하는 식으로 명소를 찾기 바쁜 여행은 멈췄다고 한다. 목적지를 시계추에 맞춰 정확히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행 대신 장엄한 저녁놀에 넋을 잃기도 하고 이방의 거리 풍경을 슬로비디오로 보듯 느끼고 음미하는 여행을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주인공은 이런 글귀로 책을 마무리한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과 일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포기하는 일은 위험하다.
그중 가장 큰 위험부담은
올지 안 올지도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한답시고
하고 싶지 않은 일에 평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진부한 훈계가 들어있을 수도 있고, 오지 않을 미래 만을 보지 말고 충분히 즐기라는 메시지를 잃을 수도 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스캔들도 있었지만, 미디어 인터뷰 자세는 미담으로 전해진다. 비결은 어떤 작은 매체 기자와의 인터뷰나 대담도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젊은 기자가 클린턴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는 세상에 나와 단둘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만 집중했고 눈을 뚫어지게 보면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끔 공사석의 어떤 분들은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거창한 스케줄에서 당신들과 만나는 이런 하찮은 시간도 있다는 식으로 조금 경솔히 대하는 듯한 말로 동석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마음의 자세가 누적되면 아마 그 사람은 리더가 되기 위해 쌓아 왔던 벽돌들이 하나 둘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
휴가철은 일상의 속도와 템포를 조금 다르게 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닐까. 클래식을 조금 아는 축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후배들이 가끔 자신들의 용어로 ‘클알못’(클래식 알지 못하는 자람)에서 ‘클잘알’(클래식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묻는다. 그러면 클래식 감상의 목적은 그걸로 밥 먹고 살 사람이 아니라면 베토벤의 오프스 넘버가 어떻고 왜 어떤 작곡가의 곡은 쾨헬 번호가 붙어있는지 알려고 너무 몰입하진 말하고 당부한다.
그냥 그 선율을 자주 듣다 보면 그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고 하고 ‘클자듣’(클래식 자주 듣는 사람)이 되면 ‘클즐팬’(클래식을 즐기는 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 또한 지적 정복의 대상으로 덤빈다면 또 다른 정신적 피로감만 쌓일지도 모른다. 일상의 격렬함을 위로하며 귀를 간지럽히는 클래식이라는 친구가 하나 더 생기면 삶이 더 풍요로울까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성질 급한 그 사나이에게 사진 찍기에 몰입한 여자 친구의 모습을 귀엽다며바라볼 5분의 여유를가지라는 조언과 휴가철 추천도서가 통할지 걱정이다.
그래도 시간을 더 너그럽게 쓰는 휴가라도 되었음 한다. 휴식의 리듬은 아무래도 '비바체'나 '알레그로'보다는 '안단테'가 어울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