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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산
겨울산 풍경과 청년의 상처
by
호림
Dec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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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물으며 찾아온 후배와 가벼운 산행에 나섰다.
2030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시대에 상처를 입었고
가슴에 화약고 하나를 안고 있는 듯해서 그의 얘기를 말없이 들으며 걸었다.
사업이랄 것도 없는 작은 일이 안 풀려
수입보다 지출이 큰 살림, '희망'이란 단어가 낯설게 다가오는 시간
고개를 숙인 청년에게 막걸리 한잔 권하는 것외에
별로 해줄 게 없어서 아쉬웠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겨울산의 나무들을 보며
저 나무도 겨울바람을 견디면 봄에는 가지에 새싹을 틔울 것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말없이 어깨를 토닥였다.
겨울나무들은 앙상한 뼈대로 버티면서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그 뼈대로 버티는 깡다구가 생명의 힘이 아닐까.
바람을 견디며 앙상한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몇 잎 남지 않은 잎새들을
안타까이 바라보았다.
저 나무처럼 뼈대만 남은 채로 버티며 겨울을 견디라고
그러면 언젠가는 무성한 잎이 필 것이라는
의례적이고 무심한 말도 차마 하지 못했다.
예술이 된 인생을 보면 항상 굴곡이 있었다는
말도
더더욱 못 했다.
청년이 가슴에 품은 화약고가
두려워서만은 아니었다.
하산 길에 알려준 시로 위로를 얻었으면 했다.
바람 부는 날
윤 강 로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만을 보면서
오래오래
기다려 보았나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잎의 낡은 잎새로
세상에 매달려 보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되어 스친 것들을
잊어 보았나
삶이 소중한 만큼
삶이 고통스러운 만큼
몇 개의 마른 열매와
몇 개의 낡은 잎새를
사랑해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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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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