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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의 시간
호수 밑 발길질은 결코 멈출 수 없다
by
호림
Dec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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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에 대한 호평을 듣자
어깨를 으쓱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겸손모드는 언제나 환영받는다.
돌아보니 책에 담긴 내용은 30년 가까이
그 분야의 내공을 잉태했던 시간 덕분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어쩌면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다.
그 시간 누구와 만나 대화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의 화두를 잡고 사는지가
글의 호소력이나 완성도를 결정한다.
자신의 기량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대중들과의 만남
그 이전의 시간이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
스포츠 선수에게 중요한 시간은
경기장에 나서기 전 연습하는 시간이고
공연예술가에게도 무대에 오르기 전의
처절할 정도의 연습량이
그들의 운명을 가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에 단단히 박힌 굳은살,
발레리나의 발을 보면
그 몰입의 세월 앞에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얼핏 보면 피카소의 그림은
초등학생도 흉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미술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정교한 데생 솜씨를 익힌 어린 시절,
유명화가를 정밀하게 모작하는
습작의 시기가 없었다면
피카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언제나 호수 위의 백조이지만,
그 호수 밑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조의 쉼 없는 발길질이 없었다면
백조는 호수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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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내공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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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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