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의 시간

호수 밑 발길질은 결코 멈출 수 없다

by 호림

최근작에 대한 호평을 듣자

어깨를 으쓱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겸손모드는 언제나 환영받는다.

돌아보니 책에 담긴 내용은 30년 가까이

그 분야의 내공을 잉태했던 시간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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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어쩌면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다.

그 시간 누구와 만나 대화하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의 화두를 잡고 사는지가

글의 호소력이나 완성도를 결정한다.


자신의 기량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대중들과의 만남

그 이전의 시간이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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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에게 중요한 시간은

경기장에 나서기 전 연습하는 시간이고

공연예술가에게도 무대에 오르기 전의

처절할 정도의 연습량이

그들의 운명을 가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손에 단단히 박힌 굳은살,

발레리나의 발을 보면

그 몰입의 세월 앞에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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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피카소의 그림은

초등학생도 흉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미술 교사인 아버지 밑에서

정교한 데생 솜씨를 익힌 어린 시절,

유명화가를 정밀하게 모작하는

습작의 시기가 없었다면

피카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언제나 호수 위의 백조이지만,

그 호수 밑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조의 쉼 없는 발길질이 없었다면

백조는 호수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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