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을 만든 어머니

극한의 완성도, 예술이 된 위인의 삶과 그 어머니

by 호림

회장님은 집무실에서 북악의 한줄기에 자리 잡은 치마바위에 담긴 전설로 말문을 열었다. 이 원로 기업가는 팔순을 바라보시지만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다.


이 분은 이순신 연구에 여생을 바치다시피 하시는 큰 상장기업의 오너 분이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은 언제나 이순신 장군이 첫 손에 꼽힌다.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고 하지만 영웅은 준비되지 않으면 결코 쉽게 나타날 수 없다.

조국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낸 장군에게는 초계 변씨라는 모친이 있었다. 환국인의 어머니상으로 율곡의 모친 신사임당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이다. 이 분이 이순신을 서울 충무로, 충남 아산, 전남 여수로 아들의 행로를 따로 다니며 정신적으로 응원하지 않았다면 이순신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초계 변씨는 이순신이 어린 시절 조상들이 당쟁에 얽혔던 내력이 연좌제처럼 작용해 아들의 벼슬길이 막히자 친정 인맥을 동원하고 탄원서를 써서 과거 급제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순신에게 강건한 정신으로 나라에 충성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준 모성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지금 일본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상상을 해본다.

안중근 의사 모친의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토 히로부미 사살 후 일제의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안중근 의사의 모친은 상고를 포기하며, 아들에게 이른다. 조국을 위해 깨끗이 죽으라고. 죽는 것이 효도라고 했다. 조마리아 여사는 비록 짧았지만 극한의 완성도 높은 삶을 살아서 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원히 지킨 것이다. 안중근의 이름이 구차하게 일제에 생명을 구걸하는 모습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결기에 찬 모성은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말로도 쉬이 설명하기 어려운 큰 어머니의 모습이다.

10여분 차담을 생각한 만남이 깊고 넓은 역사를 산책하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회장님이 "역사 경영 에세이"라는 장르로 집필 중인 저서가 새봄에 나올 때 찾아뵙기로 하고 집무실을 나섰다. 내 졸저에 어머니의 성함을 자랑스럽게 쓴 기억이 새삼 떠오르며 역사의 거인들 앞에 옷깃을 여미었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류에 큰 빛을 남긴 지저스, 그리고 성모 마리아를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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