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혁신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몰려오고 있을까?

by 호림


최근 불어닥친 대체 불가 토큰(NFT·Non-Fungible Token) 열풍은 예술 특히, 회화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의 기폭제가 될듯하다. 위기는 언제나 그렇듯 위험과 기회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문자와 숫자로 만든 암호를 디지털 자산에 심어 저작물의 원본 여부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일종의 디지털 공증기술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NFT는 생성되면 삭제나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고 소유권과 거래 이력이 남는다. 따라서 원본의 독점적 사용권이나 초상권, 저작권에 대한 거래가 아닌 원본임을 입증하는 디지털 이미지 형태의 NFT 파일에 대한 거래다. 피카소의 오리지널 그림을 그대로 두고 이를 스캔한 다음, 디지털 파일을 NFT로 변환시켜 경매에 붙일 수 있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개가 아니라 수십 개나 수백 개의 원본 파일의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예술품뿐만 아니라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디지털 형태의 원본으로 인증해 거래할 때 그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날린 첫 번째 트윗이 그 상징성을 인정받아 약 32억여 원에 낙찰됐다는 것도 이채롭지만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NFT의 그림자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없지는 않다. 블록체인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자산에 대해 권위를 부여하고 인증하는 장치들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아직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고깝지 않은 시선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포렌식 업체 체인어낼리시스의 최신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말까지 전 세계 NFT 거래 규모가 약 32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의심의 시선만큼 한계점이 있어도 NFT를 그저 저러다 말겠지 하면서 방관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이미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2010년 5월 비트코인의 첫 거래 당시의 가격은 개당 2.7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비트코인이 작년 국내 기준으로 8200만 원을 넘어섰고 다소 조정을 거쳐 현재 5000만 원 전후에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며 몰락의 길을 가리라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트코인을 청춘의 승부수로 올인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길을 갈지 정확히 모르지만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질 것임은 분명하다.


메타버스가 마을버스와 다른 점이 뭐지? 하는 정도의 디지털 문맹자들도 비켜갈 수 없는 가상세계는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속도와 방향은 쉬이 가늠하기 어렵다. <콘텐츠의 미래>의 저자 바라트 아난드의 말처럼 디지털 세상의 변화는 한번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처럼 온 산을 불태우기에 쉽게 진화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아날로그의 향수에 젖어서 체념하거나 소화기를 들고 그 불을 끄러 가기보다는 진지하게 탐색하고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디뎌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가상이 현실과 혼재하는 시대는 그리 멀지 않을 수도 있다. 잘 보이지 않거나 쉬이 만져지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는 일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 올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NFT를 주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술분야의 급속한 디지털화나 혁신은 여느 분야처럼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온 산을 태울 산불처럼 들이닥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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