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을 이겨낸 대추 한 알
걸음을 멈춰서는 결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없다.
자신이 들어선 길에 대해 회의가 들 때는 가끔 뒤돌아보거나 곁눈질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프로스트처럼 가지 않는 길에 대한 회환이나 미련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때로 자신을 믿고 기본을 두텁게 하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음악이나 미술, 무용 같은 예능 여기에 더해 문학까지 넓게 '예술'이라는 울타리에 들어있는 분야는 어떻게 생각하면 고시공부도 아니고 미래의 목적지가 너무 까마득해 밑도 끝도 없는 길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기에 그 길로 나선 청춘들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물론 예술 분야도 콩쿠르가 있어서 좁은 등용문은 있지만 바늘구멍이다.
어떤 길이든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피카소는 미술교사인 아버지에게서 조기교육을 받은 신동으로 탄탄한 데생 솜씨로 기본기를 충실히 다졌다.
모차르트는 혹사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음악가 아버지에게서 조기교육을 받으며 다져진 기본기가 탄탄했다. 많은 음악학자들은 모차르트가 육필로 남긴 악보가 다른 작곡가들처럼 가필이나 수정 흔적이 거의 없는 것에 놀란다. 악상을 단번에 실수 없이 기록한 것으로 보고 천재성에 경탄하기도 한다. 악기의 메커니즘이나 화성학적 지식이 없으면 악상을 저절로 오선지에 오탈자 없이 술술 써 내려가며 작곡할 수가 없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예리한 묘사, 촌철살인의 비유... 대가들의 문학작품은 감탄을 자아낸다. 대작가들의 문장 한 줄 한 줄에 감동하며 문필가로의 도전 의지를 다지는 이기 있는 반면,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글재주 없음을 한탄하며 지레 글쓰기를 포기한다.
무수한 습작과 무지막지할 정도의 독서량으로 다져진 탄탄한 문장은 그 인고의 시간이 없었다면 태어날 수 없었다. 장석주 시인은 고교 졸업 후 출판인의 길을 걷기도 하며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헤쳐온 자신의 삶을 <대추 한 알>에 담았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
깜깜한 길을 등불 없이 걸어가며 삶의 무게에 흔들렸던 처참한 시절 시인의 일상은 대추 알을 더 튼실하게 만드는 거름이 되었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꾸준히 내공을 축적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며 걸어온 예술가들이 감내한 인고의 세월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불확실성의 사다리 위에 올라서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4년간 그렸던 시간 또한 소리 없는 천둥과 태풍을 견딘 시간이었기에 <천지창조>라는 열매를 맺었다.
대학 한 귀퉁이에서 인생을 예술로 만들고자 하는 몇몇 어린 청춘과 소통하며 했던 말을 되뇐다. 한 불완전함이 다른 미숙함에게 주는 조언일 뿐이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날아다니는 새가 가만히 앉아 있는 새보다 훨씬 더 큰 먹잇감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로마가 그랬듯.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의 말은 비처럼 흡수하고
칭찬의 말은 햇빛처럼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영양제로 받아들이자.
칭찬과 비판을 모두 인정해라.
나무가 자라려면 햇빛과 비 둘 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