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야와 가고시안

갤러리스트의 마법, 예술에 가치를 부여하는 손길

by 호림

최근 수년간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총 거래액 기준으로 부동의 1위는 단연 피카소다. 피카소의 예술성도 이유겠지만 장수하면서 다작을 한 작가로 유통 작품이 많은 것도 중요한 변수다.


2021년 하반기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 작가별 총 낙찰가 합계는 1위 피카소(3억 5천2백만 달러/4,216억 원) 2위 바스키야(3억 3백만 달러/3,629억 원)다. 그 뒤로 금액 차이가 많이 나는데 3위가 앤디 워홀(1억 5천만 달러/1,800억 원), 4위는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1억 3천 백만 달러/1,570억 원)다.


특이한 점은 바스키야가 몇 년 전만 해도 피카소의 1/5 이하의 낙찰총액을 기록하다 최근 부상한 점이다.

바스키야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래리 가고시안이다. 가고시안은 당시로서는 무명이었던 라틴계 신인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야의 그림 한 점을 3,000불 정도에 덥석 샀는데 나중에 1천억 원에 거래한 수완도 발휘한 바도 있다. 고교 중퇴의 이력에 학교로는 미술 근처도 가지 않았던 바스키야를 발굴하다시피 하고 자신의 LA 자택에서 숙식을 제공하며 화단의 별로 키워낸 것이다. 한때 바스키야와 동거했던 연인이 후일의 팝스타 마돈나여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돈나는 바스키야와의 교제 때 얻은 지식 때문인지 미술시장에서 프라다 갈로 그림을 비롯한 열렬한 하이앤드 컬렉터로도 알려져 있다.


가고시안은 갤러리 5개가 있는 뉴욕을 주요 활동무대로 하지만 런던에도 최고 수준의 갤러리 3개를 가지고 있고 세계 주요 도시에도 여러 개의 갤러리를 가지고 있다. 특정한 국가의 문화원도 아니고 개인이 미술 분야에서 이런 성취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축적한 부의 규모나 사업 수완으로는 갤러리스트 세계의 살아있는 전설급이다.

세계 최고 컬렉터 가고시안은 많은 갤러리스트의 로망이다. 미술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고 많은 갤러리스트들이 신인작가와 호흡하며 미래의 가고시안을 꿈꾸고 있다. 신진 작가들 또한 눈 밝은 갤러리스트나 컬렉터가 자신의 작품을 알아보고 미래의 바스키야로 만들어 줄 마법의 손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아라리오 갤러리 김창일 컬렉터나 리움을 운영하는 삼성가처럼 기업에서 재력을 모아서 미술시장에 뛰어든 세계적인 컬렉터의 경우와도 다르다. 가고시안은 UCLA 영문학 전공자로 평범한 중산층 출신이지만 특별한 기획력으로 성장해 하이앤드 컬렉터가 된 특이한 경우다.

미술작품은 NFT 기술과 접목되어 대작도 쪼개기 구매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시장규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예술의 본질은 미래세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그림, 작가의 예술혼이나 작품성을 선별하는 안목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바스키야와 가고시안의 관계처럼.


가고시안은 자신의 약속은 철저히 지켜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 경우에도 화가와의 신뢰를 생각해 자신이 직접 구매해 더욱 돈독한 신뢰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림을 보는 안목은 기본이고 그런 ‘신뢰 자본’이 가고시안의 오늘을 만든 것이 아닐까. 제프 쿤스 같은 많은 유명 작가들이 가고시안 사단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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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이게 만드는 천재적인 기획력과 신뢰 자본을 가진 갤러리스트가 한국에도 경제 규모에 걸맞게 많이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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