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거부

예술의 다른 본질, 평범에 대한 도전

by 호림

하기야 죽는 일도 남의 일이지.


소변기 설치미술 <샘>(1917년작)의 작가 마르셀 뒤샹의 묘비명이다. 자신의 죽음도 철저히 객관화했던 뒤샹은 확실히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내게 어려운 것은 지금 당장 이 시대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차라리 내가 죽은 후 50년이나 100년 후의 대중을 바라보고 싶다.

체스 선수가 되어 나체의 모델과 체스를 두고, 작가로서 그림을 얌전히 그리는 일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뒤샹은 확실히 100년 후를 본 작가다. 뒤샹의 소변기는 100년 이상 전의 작품이지만 현대 개념미술의 상징처럼

남았다.


뒤샹 사후에 그의 작업실에는 <에탕 도네> (1946~1966 작업 추정)라는 필생의 역작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낡은 나무 문으로 구멍이 두 개 나있고 거기로 안쪽을 보면 구름과 연못, 나체가 보이도록 한 작품이다.

확실히 뒤샹의 실험정신은 현대 예술의 또 다른 면모다. 지금도 어디선가 세상을 놀래 줄 작품을 구상하는 작가들이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뒤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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