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길

톨스토이의 예술관을 생각하며

by 호림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자신의 작품을 쓰레기 취급하기도 했다.


베토벤의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응용해 동명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공동체의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하다 유산 문제로 아내와 다툼 끝에 집을 나왔다.


간이역에서 쓸쓸히 최후를 맞았다.


특정한 유파에 소속되길 거부하는 아나키스트적인 예술관으로 세계인이 열광하는 대가들의 작품에도 아주 박한 점수를 줬다.

세기의 문호 톨스토이 이야기다. 그는 심지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같은 세계문학의 걸작 리스트 맨 꼭대기를 장식하곤 하는 자신의 작품을 수준 이하의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테크닉 향상에 예술가 지망생들이 쏟아붓는 시간을 낭비라고도 하며 이런 구절로 한탄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인생 전체를 자신의 다리를 빠르게 돌릴 수 있도록 배우거나(무용수), 건반이나 현을 두드릴 수 있도록 익히거나(음악), 물감을 다루는 기술을 터득하고 그들이 보는 것을 그리거나(화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각각의 단어에 운을 찾아내는 기술을 습득하거나(시인) 한다. 이들은 바탕이 선량하고 영리해서 모든 종류의 노동을 할 수 있음에도, 이처럼 바보가 되는 예외적인 일에 넋을 빼앗겨 삶의 모든 심각한 현상에 무감각해지며, 독선적이고 자기만족에 빠진 전문가가 되어 오로지 자신의 다리, 혀, 손가락을 놀리는 것만을 알게 될 뿐이다.

<예술은 무엇인가> 톨스토이 저, 박홍규 역 P.18

자신의 작품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니는지 해석하고 설명하는 인문학적 안목이 부족한 이는 자칫 화려한 테크니션이나 예술직업인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자신에게 작가나 예술가라는 그럴듯한 칭호와 거기에 부대 되는 꽃가마와 환호가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기대만으로 가득한 사람이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유행의 흐름에만 편승하고 잘 팔리는 것에 감각적으로 올라타려는 마음만으로 가득 차 있는 이에게도 예술가 대신 예술직업인 정도의 칭호가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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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작품마저도 쓰레기 치부할 수 있는 처절한 자기부정의 정신, 삶의 진정성에 다가가려는 성실한 노력과 무한한 인내가 예술가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예술가와 예술직업인의 경계는 쉽게 나누기 쉽지 않다. 처자식이 딸렸고 호구책이 필요한데 한 마리 고고한 학으로 고개를 들고만 있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이 경우 또한 중용의 도는 미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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