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이 아니어도

by 호림

어떤 이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는 고통은 결국 그를 더 성장시킨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자녀들을 꽃길만 걷게 해 주자고 다짐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누구나 돌부리에 차이고 넘어지기도 하며 성장통을 겪는다.

장애아를 키우며 힘든 나날 속에서도 자신에게만 유독 무거운 인생의 무게를 탓하지 않고 굿굿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있다. 가끔 작은 돌부리에 차여서 상처 받은 나를 오히려 외로 하며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배구의 김연경 선수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에는 작은 키여서 수비 위주의 선수로 후보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김연경은 작은 키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수비를 완벽히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고 키가 커진 뒤에도 수비 능력이 위력을 발휘해 큰 키와 공격력, 수비 능력을 갖춘 만능선수로 우뚝 섰다.

주전으로 승승장구하며 꽃길만 걸었다면 오늘의 김연경도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허전한 주말 도쿄 패럴림픽 대회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지체장애인 의사 황연대 여사의 뜻을 기려 88 서울 패럴림픽 때 제정했던 ‘황연대 성취상’이 취소된다. 자신의 사재와 정부지원으로 매 올림픽마다 순금 두 냥을 성취도가 뛰어난 선수 두 명을 선정해 주었는데 이 상이 폐지된다는 것이다.

폐지 배경도 안타깝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황 여사가 어린 시절 일본인 교장이 분필로 그어놓은 1m 간격의 두 선을 뛰어넘어보라고 했는데 넘을 수 없어 초등학교 입학이 거절됐다는 일화가 아마도 일본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는 짐작이다.

신체능력의 극한을 보여주는 올림픽은 무수한 미담을 낳았다. 절대적인 능력의 평등은 없다. 누구나 출발선은 다르기 때문이다. 신체의 핸디캡을 딛고 보조기구에 의지해 달리고 뛰는 장애인들의 또 다른 꿈의 무대인 도쿄 패럴림픽에서도 인간승리의 무수한 스토리는 쏟아질 것이다.

“꽃길만 걸어라”는 말은 덕담일 수는 있어도 그 길만이 삶의 정답일 수는 없다. 황연대 여사나 많은 이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결국 나를 더욱 강하게 한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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