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와 예술의 만남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말할 때는 그 대명사격으로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이 꼽힌다. 고리대금업으로 교황의 눈총을 받기도 하고 당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가업은 결코 아니었기에 그 출구로 메디치 가문은 문화예술 쪽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사회공헌을 모색한 것이다. 메디치가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로 상징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끈 가문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현대에도 무수한 기업들이 예술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문화예술 진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조직적인 예술지원은 공적 부문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기에 기업가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 또한 지원사업의 큰 힘이 된다.
얼마 전 넥센의 창업주 김정주 대표가 안타까운 나이에 별세했다. 김대표는 어린 시절 콩쿠르에 입상할 정도로 거의 프로급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가졌다. 연극에 대한 사랑으로 대학에 정식 등록을 하고 몇 년 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것도 기업이 한창 뻗어나가고 있어서 경영에 몰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시간이었으니 연극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보인다.
고 이건희 회장은 미대 출신의 홍라희 여사의 조언을 받은 회화 분야의 세계적인 컬렉터이기도 했다. 지금 이건희 컬렉션 자체는 현대 예술의 중요 작가를 망라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다.
무수한 기업인들이 실제로 예술을 즐기며 사랑하며 예술가와 예술의 숨 쉴 공간을 넓혀왔다. 재산 증식 수단으로만 재벌가의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작품이 있다면 이건희 컬렉션처럼 햇빛을 보게 될 때 결국 그 기업가의 안목은 그 예술을 향유하는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다. 기업이 돈을 번 것도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의 작은 지출이 모여서 쌓인 것이기에 길게 보면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는 부를 아름답게 환원하는 방식이 아닐까.
주말 개인 미술품 컬렉터가 지은 갤러리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숨 쉬는 모습을 둘러보았다. 컬렉터의 안목과 재력에 대한 놀라움에 더해 이런 분들의 노력으로 예술의 숨구멍이 더 커졌다는 생각이다. 수많은 컬렉터와 갤러리스트가 예술시장의 실핏줄처럼 움직이기에 화랑가도 숨 쉬고, 기업인들의 예술 사랑 또한 그 풍부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음악가나 예술가로서의 삶도 생각해보았지만, 무대 밖에서 더 세상에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는 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공학도로서 대기업을 거쳐 창업의 길에 나섰다고 했다. 여느 분야처럼 예술도 무대 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대 밖에서 예술가들이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영을 예술의 경지로 만드는 기업가라면 예술이 꿈꾸는 영원의 시간 속에서 세상을 위한 의미 있는 가치의 환원 또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