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그 자체도 삶
추운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버팁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에서 주인공들이 고도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코로나19 세상을 지나며 우리는 이 시련의 계절이 가면 여행이며 계획한 무언가를 신나게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견딥니다.
기나긴 겨울도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바꾸었던 지난 2년의 시간도 결국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봄을 기다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갈망하던 시간 자체도 또 다른 삶이었습니다. 술 한 잔과 친구가 그리울 때 코로나의 허들에 막혀 그리움 속에만 파묻혀 지내며 미래를 생각하기만 한 이도 있을 것이고, 그 시간 고독을 벗 삼아 많은 책을 읽거나 가족 간에 깊은 정을 나눈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남자는 고도를 기다리지만,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연극에 대해 2막에 걸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연극이라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다림 그 자체가 주는 심심하면서도 지극히 깊고 사색적인 대사들이 이 연극을 세계인이 사랑하는 비결이 아닌가 합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두 남자의 무수한 대화가 결국 연극 자체였고 인생이었습니다.
많은 경우 미래의 거창한 성공이나 대단한 깨달음, 진정한 사랑을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고도를 기다리는 두 남자들처럼 기다림 속에서 펼쳐지는 틀에 박힌듯한 일상의 조각들로 구성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조각들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다면 기다림 끝에 나타날 어떤 거대한 사건 덩어리에만 집착하지는 않겠지요.
여기 고사리 손을 잡고 집을 나서지만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칭얼거리거나 드물게는 기특하게도 재롱을 부리는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엄마가 있습니다. 그 엄마는 자신의 인생행로를 돌아보며 이 아이가 언제 커서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할까 하면서 자신과 아이 앞에 놓인 까마득한 인생의 짐을 떠올리며 기다림에 지치고 힘들어할 때가 있겠지요.
아이가 덜컹거리는 사춘기를 지날 즈음이나 또 다른 시련의 골짜기를 지날 때 그 엄마는 아이가 어렸을 때 보여준 해맑은 미소를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순수한 미소를 보는 순간의 행복을 그리워하며 어쩌면 그 시간이 자신 인생의 황금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존 레넌의 팝 음악에도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인생이란 당신이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무언가를 애타게 갈망하고 기다리지만 실은 그 기다림의 시간 또한 당신의 소중한 삶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