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벽돌 하나

불멍과 물멍

by 호림

'불멍', '물멍'이라는

재미있는 말이 떠오른다.

스마트폰에는 흥미로운

정보와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다.


마주 앉아도 대화 상대의 눈빛보다

스마트폰 메시지에 눈길을 보낸다.

사업 파트너의 요구,

가족과 연인의 긴박한 요청에

답하지 못할까 조바심을 낸다.


물멍,

잠시라도 넋을 놓고 있으면 뒤쳐지고,

도태될 것 같은

도시의 삶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용어로 국어사전에 올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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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물멍이 신선했다.

조용한 강가에서

잔잔한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을 보는 편안함이 좋았다.


번잡한 생활을 벗어나 생각하는 시간,

단순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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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관계에 지친 마음을 해독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는

단순함에서 찾을 수 있다.


가끔 '소확행'의 작은 벽돌을

삶의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들 속에

하나씩 배치할 때

우리 인생이라는 건축물은

더 견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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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유장한 강물 같은 우정과 사랑으로 넘친다면

인생은 더 맑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강물결을 보며

재미교포 마종기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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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를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결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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