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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쌓은 벽돌
예술의 완성
by
호림
Mar 31. 2022
미술관을 둘러보고
음악회에 참여하는 것은
예술 향유의 상징처럼 되었다.
아하 내가 아는 교과서에 본 그 그림,
또는 내가 들어보았던 그 선율,
이렇게 자신이 익히 알고 있거나
익숙한 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미술품 감상의 경우
그 유명한 고흐, 피카소의 전시회를 가거나
방학숙제로 특정 작가의 전시회 관람을
메뉴에 한 번쯤 넣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많은 분야가 획획 바뀌는 빠른 템포의 세상이다.
한 분야를 차분히 들여다보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술도 학습하듯이
짧은 순간에 획획 지나가듯 감상하는 것이
버릇이 된 건 아닐까.
우리가 미술품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일까?
27.2초라는 조사가 있다.
2001년 미국의 부부 교육학자
제프리 스미스와 리사 스미스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여섯 점의 유명 회화작품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다.
예술품을 방학 숙제하듯
빠르게 지나칠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아주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예술품을 감상하자는
'슬로우 아트 데이'(slow art day)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예술품을 진득하게 지켜보는
여유를 가지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것이
도시의 삶이다.
진정한 창조의 완성은
작가가 예술작품을 만들고
관객이 그것을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완성되는 건 아닐까.
감상 행위도 어떤 면에서
예술의 완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예술가만이 유일하게
창조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것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작품이
지닌
심오한 특성을 해독하고
해석함으로써
창조적 프로세스에
고유한 공헌을 한다.
<뒤샹 나를 말한다> 마르크 파르튜슈 저,
김영호 역(한길아트 2007)
때로는 넓은 분야를 얇게 포장해서.
떠먹여 주는 지식이 편할 수도 있다.
지금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전쟁과 평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벽돌 두께의 고전을 읽어야만 할까.
때로 회의가 들기도 할 것이다.
시대에 따라 교양 습득이나
학습의 양상도 달라지기에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의 근육'이
깊은 몰입과 사색의 시간 없이
쉽게 키워질 수 있을까.
때로는 흔들리며
휩쓸려 다니다가도
자신의 단단한 관점 하나를 세울 때
필요한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를 돌아본다.
절벽 앞에 멈춰 선 듯한
캄캄한 고독의 시간을 이겨내고
비틀거리거나
좌절의 순간을 버티게 한 힘은
두꺼운 벽돌 고전을
천천히 읽으며 쌓아나갔던
숙성의 시간이었다.
고전 읽기와 예술감상으로
느리게 느리게 쌓은 벽돌들은
언젠가 삶에서 크게 쓰일 것이다.
정신세계를 더욱 크고 단단한
건축물로 만드는 기초재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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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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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클래식' 을 찾고 그 울림과 떨림을 나누고자 한다. 몇 권의 책으로 대중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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