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판단하는 프리즘은 잘못된 정치가의 선동이나 무리 지어 다니는 웅성거림을 벗어나 소음이 아닌 신호를 찾는 냉철한 이성의 여과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때로 이런 정치나 사회과학의 영역처럼 예술작품 거래에도 감정 온도에 따라 같은 작품의 가치가 요동친다. 때로 가치의 재발견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너무 심한 가격 편차를 보면 인간의 감정 온도는 종종 이성의 영역을 넘어설 때가 많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감정 온도'에 대해 얘기했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에 대한 조사다. 미국인에게 이웃집에 다른 정파를 지지하는 사람이 오면 같이 친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0% 이상이 거부감을 표했다는 조사가 있다.
또한 이웃이 아닌 친구나 연인의 경우 사귈 의향에 대해 이런 방식의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70%를 상회한 조사도 있다고 한다. 이때의 거부감 지수가 감정 온도라고 하며 한국처럼 미국도 이런 감정 온도가 지극히 높아지고 있어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곁들인다.
감정 온도는 항상 이성과 별개로 가변적이다. 새가 양 날개로 날듯 사회는 다른 생각들이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고 견제하고 발전한다. '올 오어 낫싱'이나 독선의 아집은 경계할 일이다.
예술작품이야 말로 다른 차원의 감정 온도에 지배를 받는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인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소유주가 이탈리아로 국적이 바뀔 뻔한 위기와 도난사고를 거치며 루브르에서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가치는 유명세를 거치며 매길 수 없을 정도지만 대략 8천억 원을 얘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프랑스가 8천억 원에 모나리자의 미소를 넘길 순 없을 것이다.
인류의 천재 다빈치의 그림으로 진품 인증을 받는다면 어떤 작품도 경매가 신기록을 갈아 치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위작 시비를 넘어 다빈치 그림으로 둔갑시키려는 사기꾼들의 거대한 행각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7년 11월 15일 흥미로운 뉴스가 외신을 타고 타전되었다. 500여 년 전 다빈치가 그린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구세주)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천30만 달러(약 4천978억 9천만 원)에 낙찰됐다.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 가격이자, 기존 최고가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전문가 추정 가격인 1억 달러(약 1천135억 원)의 4배 이상이다. 낙찰자는 사우디 왕가인지 중국 재벌인지는 불분명하다. 이 작품의 이전 소유자는 러시아 재벌 리볼로블레프로 1억 2천750만 달러(약 1천405억 원)로 자신의 구매 가격의 3배 이상에 팔아 최고의 수혜자가 됐다.
이전 최고가 낙찰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로,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7천940만 달러(약 1천982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와 다른 러시아 재벌의 미소는 미술 경매시장의 '감정 온도'가 지극히 가열되었을 때 입었던 수혜 일지 아니면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수혜자가 나올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