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주자와 좌석배치는 교과서에 배웠을 것이다. 가끔 파격을 보이기도 하지만 현악기와 관악기의 배치는 수백 년 간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바이올린 주자들의 파트 결정은 대개 능숙하고 노련한 리더 격인 실력자가 제1바이올린 주자들의 맨 위쪽에 앉아서 수석주자로서 악장의 역할을 한다. 악장은 지휘자를 대신해 연습을 주도하고 기준음을 잡을 때나 다양한 면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
배우 박상원 씨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를 본 적이 있다. 콘트라베이스는 대개 오케스트라 현악 파트 맨 뒤쪽에서 저음부를 연주한다. 이를 빗대어 고음부를 연주하는 악기에 비해 자신의 존재감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악기임을 역설하는 배우의 대사가 울림을 준다.
세상은 목소리 큰 정치인들만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오늘 새벽에도 소리 없이 도시 곳곳을 청소차를 타고 누비며 쓰레기를 옮기는 분들, 밤을 지새우며 우리의 안전을 지킨 경찰관들, 전방에서 초소를 지키고 있는 국군장병들...
우리 공동체는 등대지기와도 같은 무수한 사람들의 잘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유지된다. 묵묵히 저음을 연주하는 '콘트라바쓰' 주자처럼.
삶은 독주 연주로만 채울 수 없다. 앙상블 연주처럼 또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처럼 같이 만들어갈 때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박상원 배우도 계속된 모노드라마의 힘겨운 여정을 마친 뒷얘기를 전한다. 연극배우로 성장해온 자신이지만 체력적으로나 대사에 대한 부담이 엄청나게 컸다고.
조직에서도 콘트라베이스 주자처럼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조화로운 화음을 내기 힘들다. 모두가 화려한 바이올린 수석의 자리에만 있을 수 없는 것이 사회다. 새벽을 깨우는 청소차가 앙상블의 미덕을 일깨워준다.
전장이 2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악기 콘트라베이스는 가끔 독주무대에도 등장해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