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쓰이지 않은 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by 호림

"저렇게 고통을 안고 사는 이에게

희망과 예술을 얘기하다니

그건 사치일 뿐이야"

그녀들을 보면

이렇게 말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두 여인은

고통이 내미는 항복문서에

끝내 사인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영혼이 담긴 그림과

보석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두 여인 모두

안타깝게도 4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세상에 남긴 울림은

길고도 큽니다.

가끔 삶이 팍팍하게

내 정신을 갉아먹는 듯할 때

읊조리면서

치유제로 삼았던

시가 새삼 기억납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시인은

삶이 터덜거릴 때

내겐 너무나 소중한

스승이었습니다.


시인은

6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살에 열차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습니다.


강철 코르셋을 입고

침대에 누워

허공에 캔버스를 걸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이며 시인이었습니다.

강철보다 무거운 삶의 짐이

자신을 짓누를 때도

희망과 내일을 얘기한

빛나는 시어들을 남기고

40대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시인을 생각하면

마치 시련과 싸우려고

세상에 태어난 듯한

화가가 떠오릅니다.


철심으로 몸을 지탱하며

육체에 가해진 장애는

극복했어도

사랑하는 이의 배신,

침묵과 고독의 시간은

신체의 고통보다

더 한 형벌이었습니다.


그 처절한 불행의 그림자도

결국 그녀에게 항복했고

화가 프리다 갈로로 남았습니다.

봄꽃이 지고

여름으로 달려가지만

내년엔 더 찬란한 꽃이

필 것입니다.

우리 인생

최고의 장면은 아직 남았습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이모젠 커닝햄이 말했습니다.

자신의 인생 작품을

꼽으라며 물을 때.


내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내일 찍을 사진 중의

하나라고 말하겠습니다.

- 이모젠 커닝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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