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감정도 예술의 일부

바람 불어 좋고 흐린 대로 좋은 날

by 호림

골프의 발상지라고 하는

스코틀랜드의 자존심은

'디 오픈'이라는

보통명사 같은

고유명사를 쓰는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로

잘 확인된다.

이 '디 오픈' 은

주로 링크스 코스라고 불리는 해변가에서

나무도 거의 없고

잡풀 더미가 거대한 트랩을 형성하는

코스에서 펼쳐진다.


대개는 바람과 비가 선수들을 괴롭힌다.

왜 굳이 숲 속에서

바람이 거의 없고 온화한 기후에서

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괴롭힐까.


악천후를 이기는 것도 골프 경기의 일부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선수의 실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본 골프대회의 이변을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줄곧 선두를 달리던 선수는

"바람이 앗아간 내 우승 트로피"라고

억울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절규'의 에드바르트 뭉크나

자신의 불편한 몸을 그렸던

프리다 갈로의 그림은

왜 우리를 불편하게 할까.


르느와르처럼

화사한 햇빛이 감도는 배경에

행복한 여인의 표정은

우리를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

초등학생스러운 질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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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간의 행복과 불행,

이 모든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답변이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비 오고 흐린 날이 없다면

맑은 날의 가치를 모르고

슬픔과 괴로움이 없다면

날아갈듯한 즐거움의 감정도

그 본질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러스킨의 말처럼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좋은 것이다.

아마도 몸의 장애로

삶에 드리운 그림자를

빛나는 시어로 승화시킨

알프레드 디 수자 시인 또한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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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디 수자


오랫동안

나는 이제 곧 진정한 삶이

시작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방해물들과

급하게 해치워야 할

사소한 일들이 있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일과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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