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삶, 긴 울림

예술가의 절정기

by 호림

장수시대를 상징하듯 많은 이들이 각 분야에서 나이를 잊고 활약하고 있습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선생은 인생의 절정기가 65세 무렵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의 디자인 거장 하라 겐야 또한 공교롭게도 인생의 절정기를 65세로 설정하고 자신은 그 나이를 즐겁게 맞으려 한다고 합니다.


1958년생인 하라 겐야는 65세는 체력과 지력이 조화로운 나이로 지성과 경륜이 절정에 이르러 전체적으로 인생에서 정점이라고 판단합니다. 생의 절정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건강관리가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지력과 함께 체력 관리도 성취를 위한 중요 변수임에는 분명합니다. 이런 장수시대를 누리며 더 많은 작품을 남겼었으면 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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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로 단명한 고흐는 생전에 그림 한 점 팔고 궁핍 속에 허덕였고 슈베르트나 많은 음악가들도 단명하거나 생전에 풍족한 삶을 길게 누리지 못했습니다. 병약했던 슈만과 쇼팽도 장수하지 못했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커다란 집에서 누리는 장수, 이런 것들과 거리가 있었던 예술가들의 짧았던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요.

세계 그림 경매시장에서 피카소에 버금가는 가격을 기록하고 있는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야는 28세에, 미국 현대 미술의 큰 봉우리 잭슨 폴록 또한 44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 (accident)로 사망했습니다. 추상표현주의의 개척자 폴록은 페인트를 통째로 거대한 캔버스에 들이부을 때 물감이 사방으로 튀는 방향의 '우연'(accident) 또한 자신의 예술세계의 품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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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슈베르트, 슈만, 모차르트 모두 마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절정기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의 짧은 삶이었습니다. 바스키야에 비해 장수했고 많은 명곡으로 우리의 귀에 오랫동안 살아있다고 위로를 삼아야 할지요. 모차르트 예찬으로 명성이 높았던 신학자 칼 바르트의 말처럼 신은 천재에게 짧은 시간에 가진 재능의 모든 걸 쏟아붓게 하고 모차르트를 하늘로 데려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잭슨 플록의 예술세계에 같이 있었던 '우연' 그리고 한 번을 스친 안타까운 '사고'는 영어로 'accident'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옷깃을 스치는 우연한 만남이 삶에서 좋은 의미에서 '사고 칠' 만남이나 '행복한 우연'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봄날의 아침 공기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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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삶을 살다 간 천재의 음악을 들으며.

(44) Mozart Violin Concerto No.5 in A major KV.219 - Bomsori Kim 김봄소리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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