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예술가들

by 호림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고위 공직자로 활동한 바 있는 한참 연배의 인사를 최근 만났다.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 단 둘만의 만남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자식뻘의 어린 나이의 내게 자그마하게나마 기댈 일이 있어서 만났지만 만남의 뒤끝이 영 개운치 않았다. 만날 때는 지위나 나이는 잊고 온전히 그 사람에 집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톨스토이는 단편집 <세 가지 질문>에서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베푸는 것이다"라고 했다.

- <스토리액팅>, 전영범 지음, P.357

오프라 윈프리 또한 토크쇼의 여제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에게 눈을 맞추고

"I know your pain"이라는 말을 결코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So what?(그래서 어쩌자는 건가?)은 결코 남발하지 않았기에 공감형 스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클린턴도 대통령 이리는 최고 권좌에 있을 때 사람을 가리고 오만과 가까워질 법한데 지방지나 인터넷의 작은 매체 기자와의 공식 비공식 대담에서도 항상 거대 매체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다. 어떤 작은 매체사 기자는 클린턴에 대해 대담할 때면 세상에 그분과 나 단둘이 있는 것처럼 내게만 집중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우리는 일상의 총총한 걸음을 옮기며 늘 이해타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항상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답지 않은 약속은 미루거나 취소하고 더 큰 떡을 찾게 되는 심리가 내면에 있을 수 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관계의 예술가'가 아닐까.


오늘 일정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덩어리인 '지금'을 같이 할 몇 분을 대한다는 설렘과 기대가 흐린 아침의 저기압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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