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쁜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될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선거벽보를 보면 출세를 위해 달음박질쳐온 흔적은 그 사람의 학경력으로 가늠해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사람의 깊은 내면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리스 아테네의 장군 크세노폰의 일화가 생각난다. 어느 날 크세노폰이 어두운 골목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어둠 속에서 누군가 앞을 가로막고 불쑥 물었다. "좋은 물건들을 사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시오?" 크세노폰은 아테네 아고라에 있는 세계 최고의 시장에 가면 보석이든 음식이든 의복이든 당신이 원하는 물건들을 살 수 있다고 하자 그 남자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크세노폰이 당황했다. 그러자 그 낯선 남자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좋은 물건을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요. 같이 노력해 봅시다." 길을 막아선 남자는 소크라테스였고, 크세노폰은 그날 당장 그의 제자가 되었다.
선거방송이 한창이다. 유능한 일꾼을 뽑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논평가들의 입이 분주하다. 때로는 인간의 유능함도 그 방향이 선하지 않으면 해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선거는 유능한 사람을 뽑는 일이기도 하기만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이기도 하다.
몇몇 선후배나 지인들이 선거에 출마한다고 해 당을 불문하고 당선을 기원하며 인사를 했다.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비전을 얘기하며 사자후를 토했던 지역의 예비 일꾼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설사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유능함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거나 '좋은 사람'임을 알아보는 눈 밝은 유권자가 부족해서 표를 얻지 못했어도 4년 후를 기약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에 어떤 노인을 만났으면 한다.
행여 출세를 위한 걸음을 총총히 옮기면서 유능함에만 힘쓰다 좋은 사람이 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면 어두운 골목길 어딘가에서 길을 묻는 소크라테스가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선거의 결과는 언제나 선택의 예술이 되어 민심의 절묘함을 가르치기에 개표방송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