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디언의 매력

삶이 예술을 넘어 성자가 되는 경지를 배우며

by 호림

새벽에 인도의 작은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비폭력 저항을 고집하며, 조국의 현실을 직시했다. 서양의 무력에 맞서기 위해 무력으로 대항한다는 어리석음은 명분의 노예가 된 희생만이 따를 것임을 꿰뚫어 본 것이다.


조혼 풍습에 따라 10대에 결혼한 후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영국 유학으로 서양의 신사도를 배웠지만 금욕생활을 선언한 이후 자신의 손녀뻘 친지와 알몸으로 잠자리에 들며 자신의 금욕을 시험하기도 한다. 이런 만행 수준의 기행도 벌인 불완전함이 간디의 모습이었다. 그런 중에도 자신 안에 들어있는 동양을 탐구하기 위해 힌두교 경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동양의 정신에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철학자 에릭 와이너의 인물평을 들어보자.

간디는 결과를 지향하지 않았다. 과정을 지향했다. 그는 인도의 독립이 아닌, 독립할 자격이 있는 인도를 추구했다. 일단 인도가 독립할 자력을 갖추면, 잘 익은 망고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자유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간디는 이기기 위해 싸우지 않았다. 자신이 싸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싸움을 싸우기 위해 싸웠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과정 중심적인 접근법이 결과 중심적 접근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P.280


우리는 가끔 미래에 어떤 직책에 있을 것이라고 요란을 떠는 사람을 주위에서 보지만 그 사람이 그 직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성실한 노력을 하는지 잘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대개 담쟁이처럼 말없이 준비하고 벽을 넘는 사람은 요란하게 자신의 미래를 선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간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운 임윤찬은 하루 12시간의 연습을 마다하지 않고 과정에 진정으로 몰입했다. 18세기나 19세기를 사는 마음으로 작곡가가 산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철저히 과정에 집중한 것이다. 산중에서 피아노를 실컷 치고 싶다는 소감은 극한 몰입의 여운이 있었기에 한 말일 것이다. 입상 후의 영광은 그저 보너스로 삼는다기에 그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지난한 삶의 터널을 지나며 구름 속의 햇살을 기다리는 이라면 어느 작고 마른 노인, 안경 너머 그 형형한 눈빛으로 당신을 노려보는 이 인도인을 보았으면 한다. 마하트마(성자)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이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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