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 또 하나의 낭보를 접하며

예술 엘리트주의에 더해

by 호림

BTS의 K팝이 맹위를 떨치고 영화에서 클래식 음악 분야까지 K컬처가 국민적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의 클래식 분야의 성취는 눈부시다. 최근 밴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의 낭보를 전한 임윤찬,

시벨리우스 콩쿠르의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첼리스트 최하영 ...

모두가 올해의 일이다. 벨기에와 영국에서는 다큐멘터리로 K클래식의 비밀을 제작할 정도다.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한예종의 소수 영재에 대한 실기 위주의 섬세한 지도와 육성이 결실을 맺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후원에 힘쓴 금호, 현대, LG 같은 기업들의 '메세나' 정신 또한 든든한 원군이 되었다. 한국 부모들 특유의 헌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적 자산임은 해외에서 인정하는 부분이다.

콩쿠르는 루이 14세의 주도로 탄생한 프랑스의 로마대상이 건축이나 예술분야에 대한 경연 형식으로 치러져 원조격으로 회자된다. 베를리오즈를 비롯한 많은 로마대상 수상자들이 활약하며 콩쿠르의 효과를 입증했다.

예술에서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한 회의의 시선도 있지만, 예술가에게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등용문으로 콩쿠르는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나 세계적으로도 쇼팽, 차이코프스키, 퀸 엘리자베스 3대 메이저 콩쿠르는 예술가로서 향후 입지를 보증하는 클래식 스타의 산실이 되었다.


한국은 이제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 후 시청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던 1970년대의 그 나라가 아니다. 경제력이나 문화적 역량 모든 면에서 선도국가로서의 면모가 보일 정도다. 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K컬처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민간에서 진지한 기획을 통한 양질의 문화콘텐츠의 출현이 지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문화강국의 위상이 더욱 공고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 인프라 구축 또한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한두 명의 천재와 스타에 의한 주도와 쏠림이 반짝하고 지나가는 현상은 예체능에서 탈피하기 힘든 한국적인 현상일까. 김연아, 박태환, 조성진의 이름도 떠오른다. 많은 예체능 중에서 적어도 K클래식의 토양은 이제 제법 넓고 비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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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는 특정한 계기로 촉발된 반짝 관심보다는 먼지 묻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닦고 서툰 연주로라도 정서생활을 풍부히 누리려는 마음 하나하나에서 더 튼실하게 자라날 것이다. 동네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공고가 조기축구회 모집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는 것은 지표에 보이지 않는 많은 선진국의 조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엘리트 예체능이 금메달로 국민들을 기쁘게 하듯 생활 체육과 음악도 공기처럼 우리 주변을 감쌀 때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 완성도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겨루는 예술의 경쟁에는 올림픽과는 다른 면이 있다. 최근 칸느에서 수상한 배우 송강호는 그의 수상여부에 주목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영화제에 출품하고 수상을 위해서 연기하는 연기자는 없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 또한 영화가 국가 간 경쟁의 장이 아닌 점에 주목하고 "칸에 갈 때 올림픽처럼 자기나라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건 아니다. 문화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것이 영화가 가진 가능성"이라고 했다. 여기서 영화는 예술로 바꾸어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인데 한국인이 더 많이 수상했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산에서 피아노만 실컷 연주하고 싶다고 입상 소감을 밝히고 입상 이후에도 라흐마니노프 악보를 찾았다는 임윤찬이다. 이 소년의 순수한 몰입과 열정이 더 빛나게 하는 것은 소수의 문화예술 행정가들만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의 몫이 어닐까.


경쟁은 신경줄을 동여매는 듯한

고통을 줄 수 있는 체험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성정한다.

- 이츠하크 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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