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반 고흐의 삶은 예술가의 삶에서 하나의 극적인 전형성을 보여준 듯합니다. 잘츠부르크 출신의 신동 모차르트의 삶 또한 창작자로서 천재성을 얘기할 때 그 대명사가 된 건 시대를 지나면서 그 신화성이 해석되고 증폭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은 완성도 측면에서는 역설적으로 최고의 경지로 평가하는 이도 있습니다.
마흔이 채 안 되는 이들의 짧은 삶이지만 작품의 숫자는 상당합니다. 고흐의 그림 800여 점이나 슈베르르가 작곡한 600여 곡은 예술가로서의 진정성과 천재성을 담아냈다고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모차르트는 신동으로 워낙 어릴 때부터 작곡을 했고 이미지 또한 발랄한 천재 이미지이기에 고흐와 슈베르트와는 결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이 천재들의 작품 수를 감안하면 거의 매일 그리거나 악상을 악보에 옮겨 적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귀를 자르고 압생트를 마시며 유흥가에서 보낸 피폐한 삶의 조각들과 생계는 어려워 늘 동생에게 손을 내미는 고흐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입은 변변치 않고 사랑하는 여인들에게는 늘 차이는 것이 일상처럼 보였던 슈베르트가 그 쓸쓸한 삶 속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선율을 계속적으로 쏟아낸 비겷은 무엇일까.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그 단서를 찾아봅니다.
고향집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나는 이따금 그런 그림들이 있는 고향이 그리워 향수병에 굴복하는 대신 나는 그런 집이 도처에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절망에 굴복하는 대신 나는 적극적인 멜랑콜리를 결심했다. 달리 말하면 우울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절망적인 멜랑콜리보다 바라고 추구하고 얻으려고 노력하는 적극적인 멜랑콜리를 더 중시하겠다는 뜻이야.
- <빈센트 반 고흐> 라이너 베츠거 저,
하지은 장주미 역, P. 57
슈베르트 또한 그 멜랑콜리가 적극적이었기에 살아가면서 무수히 받았던 상처도 아름다운 선율로 승화할 수 있었겠지요. 장마철 흐린 날에는 화창한 날보다 멜랑콜리가 우리 가슴을 파고들 여지가 많아 보입니다. 적극적 멜랑콜리를 만들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슈베르트의 선율을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