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의 추억

by 호림

어릴 적 백일장에 참석해 정말 과거시험처럼 즉석에서 주제를 보고 글짓기를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인솔 선생님과 함께 같이 멋진 경치 속에서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추억이었다.


글쓰기는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사고를 순간에 선보이기도 하는 것이기에 백일장도 평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글쓰기나 창작의 매력이다.


모든 창작 작업이 그렇듯 물질적 보상이나 특정한 결과를 바라고 한다면 당장 돈벌이가 되는 일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현대의 삶은 모든 것이 게임처럼 되어 돈벌이의 크기로 가치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올린 SNS 콘텐츠가 더 많은 '좋아요'와 '공감'을 받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불안 심리를 가진 후배들을 보았다. 많은 가입자가 밀물처럼 자신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며 몰려오길 바라고 홍보하고 또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보인다. 그것도 어떤 방향에서는 하나의 실력이거나 취향일 수도 있다.

인터넷상에는 묘한 경쟁심리가 있어서 자신의 콘텐츠의 가치를 숫자로 스스로 평가받고 으쓱해하는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들이 많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위대한 작가가 어디 단박에 재치 콘테스트를 통해 뚝딱 만들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심리학자들도 타인과의 경쟁보다 개인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산 정상에 서 몇 초나 몇 분 머무는 즐거움이 등산의 전부는 아니다. 좋은 공기를 마시며 뚜벅뚜벅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어가며 걸음 빠른 등산객에게 자리를 비켜주면서 가는 것은 뒤쳐진 것이 아니다. 그 느린 한 걸음 한 걸음의 과정 자체의 커다란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아는 화가 한 분이 친구들에게 가끔 왜 그 공기도 안 좋아 보이는 작업실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캔버스와 이젤을 붙들고 씨름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 시간에 교습이나 돈벌이되는 노동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몰입의 순간이 주는 즐거움은 어떤 보상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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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분도 국전의 입선 같은 불확실한 결과를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고시 공부하듯 과정의 즐거움보다는 합격의 순간을 보고 걸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라는 말을 하지만 그 어떤 영역보다 예술이나 글쓰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닐까. 과정의 즐거움이 바로 그 매력이니까. 때로는 과정의 고통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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