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텍스트와 해석

by 호림

불후의 텍스트를 남긴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같은 예술가가 있고 텍스트를 해석하고 일정한 흐름을 포착해 또 다른 텍스트를 만들어낸 이도 있다. <서양미술사>의 곰브리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아놀드 하우저 같은 학자들이다.


미래 언젠가는 베토벤과 모차르트, 피카소와 모네의 지위에 당당히 텍스트가 되어 올라갈 사람들도 지금은 우리가 모르는 예술가일지도 모른다. 텍스트로 남은 작품을 위해서는 예술가 혼자 만의 힘이 아니라 텍스트를 해석하는 평론가, 그리고 세월이라는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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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기행과 기발한 작품으로 '예술은 사기'라고 한 백남준은 전위예술 분야, 비디오 아트의 텍스트가 되어 많은 해석을 낳았다. 가장 '유명한 무명작가' 오노 요코는 존 레넌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는 작가였다. 예술가는 그 삶 조차도 하나의 작품으로 해석되고 그가 남긴 작품과 함께 텍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청력상실과 고뇌, 실연의 상처가 없었다면 온 세상이 베토벤을 '악성'으로 떠받들지, 단명한 고흐가 수많은 편지 글로 자신의 예술 행로를 테오에게 피력한 흔적이 사라졌다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수준의 작품들이 '전위'의 이름으로 무수히 출몰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아닌 것이 예술의 흐름을 바꾼 큰 물줄기가 되었다. 피카소의 입체파도 낙선한 작가들을 이끌고 만들어낸 마네의 인상파도 그랬다. 이게 바로 진짜배기라고 말하는 예술계에도 와인 소믈리에 로버트 파커 같은 이들이 무수히 명멸해 갔다. 그들의 붓이 결국 위대함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일군의 평론가들이 등장하기 전에는 귀족들이나 대중들의 '브라보' 함성이 텍스트의 작위를 부여하는 최고의 보증서였다.

20220803_130203.jpg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로비 김창열 작품전에서

'전위'의 이름으로 차가운 시선을 받을지 모르지만 혁신을 위한 도전은 예술에도 유효하다. 당시의 회화 문법을 완전히 파괴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대규모 합장단을 동원해 시인의 시를 노래로 부른 작곡기법이 생소하기만 했던 베토벤의 <9번 교향곡> 발표도 예술의 역사에서 보면 짧기만 한 200년이 채 안된 일이다.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부단히 예술세계를 실험하며 텍스트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이 만든 작품에 관객과 평자들이 숨결을 불어넣을 때 그 작품은 텍스트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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