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떤 작가의 서문을 읽으며 책 읽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흥미로워 인용해본다.
현대사회에서 지루함은 자기기만의 가장 확실한 증거다. 21세기에 '읽기 공포증'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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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나는 책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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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지루함을 퇴치하는 확실한 방법을 가르쳐줄 테니 한번 시도해보세요. 나는 내가 읽는 책을 그게 무슨 책이든 간에 말입니다. 몇 장씩 찢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그러다 편의점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나 화장실에서 볼일(큰 것)을 볼 때, 혹은 아내나 아이들이 뭔가를 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면 그걸 꺼내서 짬짬이 읽는 거죠. 나는 지루한 것도 줄을 서는 것도 끔찍이 싫어하니까요.
- <사소한 것들> (앤디 앤드루스 지음) 서문 중에서
책을 찢어서 들고 다닌다니...... 극단적 서문이지만 영상물 중독에 활자만 보면 졸리거나 지루함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에게 익살을 떠는 작가의 재치가 보인다. 그렇더라도 책을 찢는 것은 극단의 방법이다. 책은 신줏단지처럼 깨끗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고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으로 칠하기도 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듯하다. 물론 책을 의무감에 한 번 보고는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경우도 있지만 책은 웬만하면 사서 보는 것이 자기 것으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다. 책값을 아끼기보다 술값이나 다른 것을 아끼길 권한다. 저자의 혼이 담긴 1,2만 원 안팎의 책이 비싸다고 하는 이는 양서가 주는 지식의 가치를 잘 모르거나 외면하는 사람이기에. 물론 책값조차 아껴서 생활비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기에 아끼면서 빌려보고 구입비를 최소화하는 것을 뭐하고 할 수는 없다.
책은 그 콘텐츠도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지만 소유했을 때의 물성이나 책장을 장식했을 때의 흐뭇함도 또 다른 만족을 준다. 이어령 선생도 생의 말년에 더 이상 읽고 연구할 수 없는 몸으로 아쉬움 속에 자신의 서재를 둘러보고는 마치 최고사령관이 사병들의 사열을 받는 느낌으로 책에 얽힌 추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회환에 젖었다고 한다.
온갖 즐길 거리가 우리의 눈과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대에 책도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다 해서 다양한 화장을 하고 선보이고 있다. 그래도 종이를 넘기며 때로는 주인공의 슬픔에 공감하며 책에 눈물을 떨군 추억과 느낌을 대신하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