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초상화의 화가

렘브란트의 빛과 그림자

by 호림

서양 회화에서 원근법, 해부학, 유화가 르네상스를 열었다면 그 마지막 화룡점정은 명암법이라고 할 수 있다. 렘브란트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화가였는데, 그가 고안한 빛과 어둠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키아로스쿠로'기법은 그림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렘브란트는 초상화의 화가이기도 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총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을 그렸다. 반 고흐, 알프레드 뒤러 같은 화가들도 자화상을 남겼지만 숫자는 물론 꾸준함에서 렘브란트에 비길 바는 아니다.

작품 <야경>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물 묘사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후 작품을 본 이들이 자신의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보정을 요구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작품의 완성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몫이라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소신에 찬 목소리로.


30대에 이미 인기 절정을 구가하다 이 작품으로 인한 홍역으로 자화상에서 보듯 갑자기 늙은 모습이 될 정도로 심적 고초를 겪었고 초상화 의뢰가 끊겨 경제적으로도 곤궁한 시기를 보냈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시의 초상화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에 어둠의 시기를 맞은 것이다.

카라바조와 함께 렘브란트는 명암의 대비 효과를 극적으로 잘 사용한 화가로 회화사에 빛나고, 그 사실적인 자화상으로 후세에 삶에 드리웠던 빛과 어둠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렘브란트는 능수능란한 명암 효과를 구사하고 자화상을 즐겨 그린 화가에 더해 결코 보정을 허용하지 않은 그 굳건한 예술가의 자부심이 기억될 화가이기도 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건물에는 한 철학자의 경구가 보인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된다.

The one who does not remember history

is bound to live through it again.

- 조지 산타야나


자신의 인생역정이 담긴 내면의 초상화를 렘브란트처럼

부단히 그려보고 스스로가 걸어온 삶의 역사를 돌아보면

어떨까.


사진 보정 기술의 발달, 포토샵으로 사진만 보면 모두가 연예인이 되는 시대다. 자신의 민낯을 솔직히 바라보고 가감 없이 그린 렘브란트의 마음을 보며 자신의 삶과 내면을 당당히 마주 볼 수 있다면 어두운 개인사는 결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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