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포르투갈 리스본행 여객기가 리스본에서 310㎞ 이상 떨어진 포르투에 불시착했다. 승객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이들과 같이 비행기에 탔던 바이올린 연주자가 승객에게 위로의 선율을 들려준다.
문득 오케스트라를 어렵게 꾸려가던 일이 기억난다. 예정된 스폰서는 취소를 통보했고, 대관 문제도 잘 안 풀렸고 협연자 섭외 문제도 그렇고 많은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핵심을 자처하는 단원 몇몇은 그저 한숨만 쉬다가 누가 바람을 잡아서 한 잔 하러 식당으로 향했다. 그날은 클래식의 고색창연한 레퍼토리를 잠시 보류하고 모두가 아껴 둔 개인기를 뽐내며 가요나 팝의 선율을 연주하며 식당을 전세 낸 듯 신나게 놀며 시름을 잊은 적이 있다. 한바탕 놀고 나니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창의적인 해법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20대가 많았고 30대 초반인 내가 큰 형일 정도였으니 철부지 같은 사람들이 섞여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폰서 문제도 지인의 힘을 빌리면 된다는 부잣집 도련님이 나서고 대관도 큰 공연장이 아닌 시민회관에서 봉사하는 방향으로 얘기가 나오고 하나 둘 많은 문제들이 풀렸다.
그날 이후 재정도 오히려 든든해져 김밥에 생수 한편으로 갈음하던 간식도 치킨이며 피자에 풍성하게 즐기며 연습을 했던 일이 새삼 기억난다. 지난 일을 후회하고 서로 책임공방만 하면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음을 청년들은 알아가며 오케스트라라는 바위를 힘겨워도 신나게 굴렸다. 후회할 일도 많았지만 머리를 맞대고 하나 둘 어려움을 헤쳐가며 우리는 음악보다 세상을 더 많이 배워나갔던 것이다.
영화 <크레셴도>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중동 평화를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를 꾸린 실화에 바탕을 두었지만 픽션을 가미했다. 오케스트라에서 불같은 사랑을 나누던 청년들이 어른들의 정치적 차단막에 갇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케스트라는 결국 해산하고 쓸쓸히 짐을 꾸린 청년들은 이별의 아쉬움을 눈물과 함께 라벨의 볼레로 선율에 실어 날리며 영화는 피날레를 맞는다.
포르투에 불시착했을 때 용기를 내 연주한 이는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경력의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3)이었다. 특급 프로 연주자가 연주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악기를 꺼내 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첸은 체면과 허위의식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후회 없이 해낸 것이다.
예술은 절망의 골짜기에서도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용기를 주거나 희미하게나마 등대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이 첸이 증명했던 것처럼. 최선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다. 서울과 중동의 청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나 레이 첸처럼.
프랑스의 연인인 작은 새도 이런 말을 노랫말에 담았다.
아니요 난 어떤 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게 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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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영화 인셉션 삽입곡 | 한글자막 | Non, je ne regrette rien - Édith Piaf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