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남긴 크고 작은 작품은 대략 5만 점 정도다. 고가의 작품은 천억 원을 넘는 것도 있으니 그 가치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분명 세상에는 위대한 미술품보다 돈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에 최고의 컬렉터들은 마음에 드는 명작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애쓴다.
고 이건희 회장의 경우는 작품을 구매할 때 관계자들에게 당장 되팔 생각을 하기보다 후세에 남길 가치가 있는 위대한 작품을 찾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 리스트가 공개되고 공공에 헌납했을 때 많은 애호가들이 탄성을 쏟아내기도 하며 안목에 경의를 표했다. 향후에 세계적인 갤러리에서 이건희 컬렉션 소장품을 대여해 전시하는 경우도 흔할 듯해 국가의 문화적 자존심을 높인 분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작품들은 물론 관계자들이 경매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거쳐 구매한 작품이 대부분일 것이다. 경매 참가 컬렉터나 대리인의 심리는 허시온 미술관의 이사장을 지낸 갤러리스트 로버트 레흐먼의 회고로 잘 읽을 수 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경매회사의 최고 추정가와 구매자 프리미엄,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감안해 나름대로 작품 가격을 매겨본다고 한다. 그리고 입찰가가 점점 올라가 자신이 생각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 입찰에 끼어든다. 만약 자신이 정한 최고 한도가를 넘어서서 작품가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제발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을 불러 내가 손을 떼게 해 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한다. 다행히 누군가는 그보다 높은 가격을 부른다. 상황에 따라 그는 더 높은 가격을 부를 때가 있고 반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매를 포기할 때도 있는데, 다음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후회와 상실감이 몰려온다고 한다.
<갤러리스트> 도널드 톰슨 지음, P.295
예술품이 가진 지고의 심미적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하기 힘들어 공공의 문화재로 길이 보존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 경매 가격으로 서열을 매기는 경우는 자칫 단선적인 시각일 수 있다. 그러기에 어떤 이는 지나친 상업화와 대기업 오너나 러시아, 중국 재벌들의 놀이터가 된 경매시장의 분위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프랑스의 갤러리스트 누르아몽 부부는 파리에서 운영하던 중견 갤러리를 접고 이런 말을 남겼다.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의 본질이 변해버렸습니다. 크고 강력한 메가 갤러리라는 이름표를 단 가벼운 구조로 흘러가고 국제화에 성공하는 것만이 유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누르아몽 갤러리는 현재 문을 닫았지만 그 정신을 살려 두 부부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있었던 서울 프리즈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환호하는 작품들은 고가의 유명 작품이었다. 누르아몽의 고민이 깊어도 세계화와 상업화의 파도는 막기 힘들 듯하다. 그래도 예술가를 도와주고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찾는 일이 갤러리스트의 몫이라면 프랑스의 한 갤러리스트가 한 말은 상업과 예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만 하는 많은 갤러리스트들이 새길 말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