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불씨

by 호림

앙리 루소는 세관원으로 하위직 공무원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림 그리기는 취미 이상으로 몰입하며 주말마다 붓을 놓지 않았다. "선데이 페인터"라는 별칭처럼 그는 7명의 자녀를 키우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 굴복하지 않았고 예술을 향한 불씨를 계속 살려두었다.

쉰 살을 넘겨 화단에 늦깎이로 이름을 알리고 60대에는 피카소가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며 그의 그림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즐겨 그린 루소는 앞이 보이지 않았던 시기에도 붓을 놓지 않고 미래를 그렸다.


한때 잘 나가던 금융인은 증권시장 파동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처자식과 생이별을 택한다. 삼십 대 중반 조금 쉬다 재기를 노릴 수도 있을 나이에 그는 가슴속에 남아있는 예술에 대한 불씨를 지피기로 하고 남프랑스 아를에서 세기의 룸메이트를 만난다. 반 고흐라는 룸 메이트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고 귀를 자르는 기행에 질려서 도망치듯 결별한다. 타이티섬에서 폴 고갱의 예술은 만개한다.

한 러시아 시골 청년은 막연하게 미술에 대한 동경을 품고 살아간다. 꿈을 이루기에 현실은 팍팍했고, 공산당에서 유대인이란 꼬리표는 요주의 인물이기에 별다른 출세길이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상경에 가깝게 생페테르브르크로 떠났다. 숙명적으로 미술을 접하고 행운도 따라서 유대인 후원자를 만나 파리 유학을 가고 스펀지처럼 거장의 그림들을 빨아들여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만들어 세계가 주목하는 화가가 되었다. 마르크 샤갈 이야기다.


종말을 맞은 세상을 살아가는 부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코맥 맥카이의 소설 <더 로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작은 불씨 하나는 계속 타오르게 해.

아무리 미미하더라도. 아무리 숨어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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