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의 거인들은 위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정작 자신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청력상실의 아픔을 딛고 천상의 선율을 만든 베토벤은 말할 것도 없고 <절규>의 고독한 독신남 에르바르트 뭉크는 삶 자체가 정신적 고통 속에서 절규에 가까웠습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조각 전공이었지만 회화 데뷔작을 역사에 남은 걸작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로 장식해 회화사에 <천지창조>와도 같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4년간 목을 젖히고 천장에 매달려 살다시피 하며 붓질을 멈추지 않았기에 몸은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고 폭삭 늙어 보일 정도였다고 합니다.
발자크는 빚에 시달리며 빚쟁이들이 쳐들어올 때를 대비해 항상 집의 비밀 통로를 열어놓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잘 차려입고 다니며 파티를 즐긴 바그너는 르네상스적 교양인의 면모를 가진 지성인이었습니다. 그런 바그너도 정작 자신은 니벨룽겐의 절대 반지가 없어서 늘 경제적 고통에 힘들어하면서 후원자를 찾기 바빴습니다. 드가와 마네는 귀족적으로 우아하게 즐길 유산을 가졌지만 인상파 후배들의 삶과 그림을 존중하며 예술에 평생을 헌납한 사람들입니다. 멘델스존은 부유한 유대인 금융가의 아들로 음악 속에서 행복한 평생이 보장된 듯했지만, 30대 천재 요절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정식 미술교육은 받지 못했고 공예기술을 배운 정도였던 이가 인상파의 세계를 넘어서며 인체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그렸습니다. 이 화가는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 앉은 행복한 여인을 그리며 아마도 한시도 자신의 가족들을 잊지 않았을 르느와르가 되었습니다. 르느와르는 불우한 청년시절을 보상이나 받으려는 듯 다복한 가정을 꾸렸고 벽에 걸린 그림조차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상에서 무수히 겪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거나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고통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과 행복도 다 지나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선율, 문장들은 길이 남을 것입니다.
예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은 지나가도 오직 아름다움만 남는다.
- 오귀스트 르느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