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정년

by 호림

모차르트, 고흐, 슈베르트, 슈만......

짧은 삶에도 인류의 유산으로 남은 명작을 쏟아냈지만 요절한 에술가들이다. 천재 요절의 법칙을 비켜 간 예술가들도 상당수 있다.


아흔을 훌쩍 넘긴 파블로 피카소,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파블로 카잘스는 최장수 예술가들이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장수를 누리며 80대에도 연주무대에 섰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민자 호로비츠는 몇 년씩이나 무대에 나타나지 않다가 불쑥 나타나기도 하며 '신비주의'라는 평도 들었고, 까다로운 습성 때문에 별난 예술가로도 알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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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주법으로 피아노의 전설이 된 배경엔 무대에 서는 연주자로서의 공백이 있었을지라도 결코 피아노를 손에서 놓지 않았음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팔순을 넘긴 후 은퇴 시기를 묻는 이들에게 카잘스는 이렇게 답한다.


은퇴하고요? 그건 너무나 생소한 단어예요. 그런 생각들을 왜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어요. 내 직업과 같은 분야에서 은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게 제정신이 있는 사람이겠어요? 내 일은 내 생명입니다. 어느 한쪽이 없는 삶은 다른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어요. '은퇴'한다는 것은 곧 내가 죽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하면서 전혀 따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결코 늙지 않습니다. 가치 있는 일에 관한 흥미와 일을 한다는 것은 늙음을 치료하는 최고의 약입니다. 나는 매일 새로 태어납니다. 매일 새롭게 시작해야 해요.


이런 카잘스에게 왜 그리 연습을 많이 하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매일 내 연주 솜씨가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라는 현답을 내놓았을 때는 아흔을 넘긴 때였다.


팔순을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식탁 겸 책상의 돋보기와 일본어 공부, 한자 공부 흔적이 아들을 반갑게 맞았다. 우리는 모두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그 속성인 '인간'이라는 신성한 직업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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