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거나 순수한

예술을 향한 열정

by 호림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그 반대급부의 만족을 찾는다. 돈벌이가 될 수도 있고 그저 소소한 자기만족이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즐거움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 있어서 그 분야를 모르면 때로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미술이나 피아노 교습소를 찾는 이들이 입시준비생만은 아니다. 늦은 나이에 자식들도 어느 정도 키우고 어릴 적 가난이나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 것들을 해보려고 용기를 낸 분들도 있다.


쉰 살이 넘어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고 체르니를 연습하는 선배도 있고 화가가 되기엔 늦어도 그저 그림 그리기가 좋아 화구를 장만하고 자신만의 작업실을 꾸미는 분도 있다. 글쓰기를 위해 구청의 문화강좌를 쑥스러운 듯 노크하는 할머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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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지식인들의 현학적인 글보다 배움이 짧은 분들의 솔직 담백한 글이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82세의 올해 노벨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는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고 하면서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이 읽으라고 하고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정직하게 쓰라고 충고한다.


취미나 몰입할 거리를 찾기엔 돈벌이를 위한 생업에 지치고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인에게는 얄미운 발언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스즈키 이치로 선수는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하며 세계 프로야구사에서 전무후무할 대기록인 4,367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이치로의 시간이나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보면 프로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혀를 내두를 만하다.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루틴은 항상 일정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똑같은 시간에 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하고 경기장으로 가는 코스도 항상 같은 차선으로 똑같이 간다. 몸무게도 0.5Kg 이상 변화하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가 평생 여행도 안 가고 똑같은 시간에 산책하고 독신으로 대부분을 연구에 할애한 것에 비길 만큼 대단한 자기 관리가 아닐 수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평생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는 이치로 선수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천재가 있다면 나는 결코 천재가 아니라며 지독한 자기 관리로 불멸의 선수가 되었음을 고백했다.


많은 경우 열정은 인간의 노화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중의 하나는 <단순한 열정>이다. 책 제목처럼 인간은 단순하거나 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뭔가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하는 한 결코 늙을 겨를이 없을 듯하다.

예술이야말로 그 순수하고 단순한 열정으로 기대도 좋을 거대한 나무가 아닐까. 휴일, 먼지 묻은 바이올린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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