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가 그렇듯 탄탄한 학력이나 실력이 탄탄한 행로를 늘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예술은.
현과 활의 기술적 만남이 예술적 울림이 되도록 수십 년을 갈고닦으며 먼 이국을 오간 첼리스트의 솜씨가 가을밤 감동의 선율을 전하기에 작은 공간에서 모두들 숨죽이고 있었다.
하우스콘서트는 큰 공연장에서 맛보기 힘든 감상의 재미를 준다. 때로 예술은 엄숙하고 장엄하지만 또 한없이 친근하고 가벼울 때도 있다. 그 어딘가에 예술이 내려앉도록 기획하는 안목은 모두를 즐겁게 하고 향유하는 시간과 삶의 가치를 높인다. 작은 공간에 꽉 찬 첼로 선율이 가울 앞에 선 시린 가슴을 파고들었다.
음악사에 기록된 유명한 작은 공연 애호가는 피아니스트 쇼팽과 연인 상드가 떠오른다. 둘은 사교의 한 방법으로 집안에서 소설가, 시인 화가들과 쇼팽이 들려주는 전설의 기량을 같이 즐겼다. 리스트와 달리 큰 무대에 서길 꺼리는 쇼팽에게는 안성맞춤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인을 초대하고 틀이 잡힌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정례화 한 하우스콘서트 형식의 경우는 펠릭스 멘델스존과 화니 멘델스존 남매가 유명하다. 남매는 거의 매주 자신의 집에서 작곡된 곡을 발표하고 연주 실력도 뽐냈다고 한다.
클래식도 크고 어두운 콘서트홀에서 부동자세로 숨죽인 관객들의 귀를 노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주류의 형식이 되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자의 호흡을 느끼는 작은 콘서트의 매력 또한 크다.
여느 분야처럼 클래식에도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신데렐라와 신동으로 주목받아 꽃길이 열린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 예술가가 가는 길이 터덜거리고 덜컹거려도 그 길을 따라가 보면 꽃길 보다 더 아름다운 감동의 선율이 흘러나올 수도 있다.
예술가의 삶을 바친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일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