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거기서 거기?

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by 호림

가을바람이 차가워지면 어느새 한 해 농사를 돌아보게 된다. 풍년이 되기도 하고 흉년이 되기도 하는 우리 일의 농사는 늘 연초의 계획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은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매 순간을 어떻게 붙잡느냐에 따라 그 과실은 달라질 것이다.

피카소는 생의 말년에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나의 어머니는 어릴 때 넌 커서 군인이 되면 장군이 될 것이고, 성직자가 되면 교황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난 화가가 되었고 피카소가 되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피카소는 92세까지 장수를 누리며 78년을 예술가로 살았고 조각이나 판화는 물론, 입체파의 거목으로 그를 상징하는 회화 작품을 포함해 수만 점의 크고 작은 작품을 남겼다. 예술가로서 자존감이 넘쳤던 피카소가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해야만 성취할 수 있었던 작품의 분량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지만 그 무자비한 야만성 또한 회자된다. 그렇지만 역사상의 영웅임이 분명하기에 그의 어록은 자주 인용된다.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백만 명도 되지 않았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 징기스칸 -

우리 안에 웅크린 피카소와 징키스칸을 깨우는 10월의 높은 하늘처럼 청년시절의 이상을 떠 올려 보면 어떨까. 피카소와 징기스칸, 그 자존감 넘치는 붓질과 광대한 영토를 거침없이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다면 당신 인생의 농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생이 예술이 되는 길과 지리멸렬한 작품에 그치는 건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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