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조형물 앞에서

by 호림

첫인상에 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볼수록 그 인성이나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조형물 또한 그저 심심하게 보이기만 하다 어느새 정이 들고 하나의 명물이 되고 도시의 상징이 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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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에펠이 만든 철골구조물은 당시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사이즈가 압도적이어서 파리 시내 어디서나 보일 정도였지만 시민들의 첫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흉물스럽다고 피해 다니는 이도 있었다. 소설가 모파상은 도시 웬만한 곳에서는 보이는 이 조형물이 시야에 없는 카페를 찾아다녔을 정도로 외면했다.


이제 에펠탑은 파리를 상징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홀대를 받았던 것이다. 사람도 조형물도 동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사후에 재조명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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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시내 어딘가에서 자신이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거의 최소한의 수입에 만족하며 궁생삭게 살았던 음악가 에릭 사티도 그렇다. 사티는 자신의 음악이 주목받는 것을 싫어해 그저 가구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히 배경으로 깔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연주에 집중하기보다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그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았으면 했던 특이한 음악가였다. 사티의 음악을 '가구 음악'으로 부르는 이유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조형물이나 사람, 또 예술품들은 부지기수다. 에릭 사티는 드뷔시와 같은 인상주의 음악계열이지만 그의 취향처럼 드뷔시애 비해 살아서나 죽어서 조명을 좀체 받지 못했다. 사티의 음악은 자세히 들어야 아름답고 오래 들어야 사랑스러운 음악이다. 풀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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