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기로 시작하는 아침

by 호림

쥐를 귀여운 이미지로 돌변시킨 천재가 있어서 미키마우스는 지금도 사랑스러운 마스코트로 남아있다. 바이러스를 유포하고 곡식을 갉아먹고 온갖 해악을 끼치고 하수구를 기어 다니는 밉상 동물이지만 곰곰 생각하면 유익함도 제공하고 있다. 미키마우스로 어린이의 동심을 풍요롭게 한 것은 물론이고, 의약 실험용으로 널리 사용되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줄리언 생크턴이 쓴 <미쳐버린 배>는 아문센 시대의 남극 탐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책에는 적막하고 고요한 남극의 밤에 배에 들어온 쥐가 밤새 찍찍거리는 소리가 온갖 노이로제와 정신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배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 개체수가 부쩍 늘어나면서 쥐 소리는 더 커졌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대세인 도시생활에서는 좀체 발생하기 어렵지만 쥐에 얽힌 즐겁지 않은 추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쥐잡기의 추억은 이제 아득하다. 실은 많은 학자나 사무직 종사자들은 아침을 쥐잡기로 시작한다. 컴퓨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속품이 된 마우스를 잡아서 문서작업을 시작하기에.


대부분의 생명체는 양면이 있다. 쥐만큼 극명한 양면이 있는 동물도 드물다. 월트 디즈니의 후손들은 아마도 쥐를 평생 숭배하며 살지도 모른다. 하수구를 기어 다니며 예쁜 구석이라곤 없었던 설치류를 만화의 마스코트로 쓴다고 했을 때 누가 찬성표를 던지겠는가. 과감한 발상은 사랑스럽고 고귀한 것에서만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쥐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며 월트 디즈니가 자신의 성공담을 즐겁게 회고했다. 이 말은 조 앤 롤링이나 컴퓨터 세대에 출세한 작가들에게도 해당될지 모른다.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아야만 글쓰기는 시작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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